[사설] 옛 부산외대 땅 '공공개발 원칙' 흔들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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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부산외국어대 우암동 부지가 ‘아파트촌’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다. 부산외대 부지를 매입한 민간 건설업체인 우암개발PFV(주)는 최근 부산시에 1300세대 규모 아파트 조성 계획이 포함된 개발 계획을 제출했다고 한다. 단독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대형 시행업체가 참여한 민간사업자는 전체 69%인 자연녹지지역을 24.3%로 줄이고,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등 건폐율과 용적률 대거 완화를 부산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당초 계획된 복합타운 공공개발이 아닌 민간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간업자, 1300세대 아파트촌 추진
인허가 과정 통해 공공성 관철해야

부산시는 이 부지에 대해서 지난 2019년 LH와 ‘부산외대 부지 개발 업무협약’을 맺고 인재 유입을 위한 청년행복주택,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하는 청년창업센터, 공공기관 이전 등 부산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공공시설 복합타운으로 개발 방향을 잡았다. 이에 앞서 부산외대 측의 2400가구 뉴스테이 건설, 서병수 부산시장 시절의 ‘해양클러스터 조성’ 사업 개발 계획이 나왔으나 좌절되는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논쟁의 전제 조건은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영개발’이었다. 이런 공영개발의 역사를 무시하고, 민간 건설업자의 이익만 극대화할 수 있는 아파트촌 개발 계획이 비밀리에 진행된 과정에 의문마저 제기될 정도다.

부산외대 이전 이후 8년째 공동화된 우암동 부지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는 부산시민 누구라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가뜩이나 공공용지가 부족한 부산에 13만㎡ 규모의 도심 내 부지는 제대로 개발만 된다면 지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인근 상권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하지만, 장기적인 부산시 도시계획과 이반되는 무리한 용도변경과 당초 구상한 ‘공공성’ 수준에서 벗어난 아파트촌 개발 등 민간사업자의 계획안이 일방적으로 진행된다면 특혜 시비마저 불러올 위험성도 있다. 가뜩이나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건’으로 민심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논란을 피하려면 ‘공공개발’에 대한 특별계획안을 제시해 부산시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사업자가 어떤 식으로 개발을 진행하든 이 부지를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당초의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부산시가 개발이익만을 추구하는 민간건설업자의 시도를 애초부터 차단하고, 공공개발 쪽으로 가닥을 잡도록 유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공공개발의 대원칙 아래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방안도 더욱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부산시가 민간사업자와의 사전협상과정에서 공공성을 강력히 요구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공공성을 관철하기를 바란다. 도심 내 소중한 부지가 부산의 발전을 위해 ‘미래 먹거리’와 결합된 공공개발로 진행되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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