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PK 지지율, 정권 교체 여론에 한참 못 미치는 이유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부산·울산·경남(PK)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극적 화해에 성공하며 내홍을 겨우 수습했지만 부울경 지지율이 반등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높은 정권 교체 여론에도 윤 후보가 지지율 정체에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홍준표와 불편한 관계
계속되는 후보의 ‘부울경 패싱’
지역 인사들 선대위 요직 전멸
안철수 상승세까지 악재 작용
윤 후보는 부울경 지역의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7~8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의 성격’을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PK 지역에서는 58.6%가 ‘정권 교체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여론은 절반 수준인 30.8%에 그쳤다. 이처럼 높은 정권교체 열망에도 같은 조사에서 윤 후보의 PK 지지율은 이보다 낮은 43.3%에 불과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윤 후보와 박근혜 전 대통령·홍준표 의원과의 ‘불편한 관계’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 무소속 돌풍’을 불었던 만큼 PK 보수층 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팬덤이 상당하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부산 59.8%, 울산 59.7%, 경남 63.1% 등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수사를 이끈 인물로 여전히 ‘구속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경남지사 출신의 홍 의원이 윤 후보와 거리 두기를 이어가고 있다. 홍 의원은 경남지사 출신으로 PK 내 인지도가 높은 것은 물론 지역 젊은 층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홍 의원은 연일 윤 후보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홍 의원은 9일 자신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도와주더라도 뒤에서 도와주는 형식이 맞지, 앞장서서 총대 메는 바보짓을 이제 안 하려고 한다”며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등판론에 선을 그었다.
부산 출신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상승세도 윤 후보에겐 악재다. 안 후보는 부산에서 태어나 고교(부산고)까지 마친 ‘부산 토박이’이다. 비록 안 후보가 서울에서 정치를 계속해 PK와의 연고성이 다소 떨어지긴 해도 ‘충청의 아들’을 강조하는 윤 후보보다 부울경 주민들의 주목을 더 많이 받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외부 요인들도 문제지만 윤 후보의 ‘PK 패싱’도 문제다. 윤 후보에게 지역균형발전 비전은 보이지 않을뿐더러, 새해 부산을 찾아 ‘캐스팅 보터’ PK 지역민들의 표심을 자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달리, 윤 후보는 인천을 찾았다. 또한 윤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요직에는 비서실장을 맡은 서일준 의원과 공동 직능본부장을 맡은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면 PK 인사는 전멸 상태다.
이와 관련, 지역 야권 관계자는 “과거 PK와 달리 현재는 정치 지형 자체가 달라졌다. 보수정당에 더 이상 유리하다 볼 수만은 없다”면서 “후보뿐만 아니라 선대위 자체에서도 부울경 민심을 되돌릴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