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콘텐츠의 힘 입증한 '깐부' 골든글로브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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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가 사상 최초로 골든글로브 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10일(한국시간) 미국에서 열린 제79회 골드글로브 시상식에서 TV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동안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가 더러 연기상을 받은 적은 있어도 한국 드라마나 배우가 당당히 연기상을 수상한 건 처음이다. 2021년 4월 배우 윤여정의 오스카상 수상에 이은 또 하나의 경사라 할 수 있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의 양대 시상식으로 통한다. 비영어권 작품에 대한 보수적이고 차별적인 시선을 견지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오징어 게임’ 오영수, 한국인 첫 연기상
연륜 묻어난 연기로 ‘삶의 희망’ 안겨 줘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열풍에 힘입어 골든글로브 작품상·남우주연상(이정재)·남우조연상 등 3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랐다. 작품상 수상은 아쉽게 불발로 끝났지만 골든글로브가 비영어권 작품을 배척하고 홀대해 온 역사를 생각하면 이번 조연상 역시 값진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 부문에 걸쳐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만 해도 백인 위주의 콧대 높은 관행에 균열을 내는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영화·드라마 분야의 연기상은 인기만으로는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이번 골든글로브 연기상 수상은 삶의 깊이가 묻어나는 배우 본인의 연기력으로 이룬 쾌거라 봐도 무방하다.

1963년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한 오영수는 ‘리어왕’ ‘파우스트’ 등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현한 관록의 배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선덕여왕’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관객들을 만난 바 있다.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번호 001번 노인 ‘오일남’ 역을 맡아 눈길을 끈 그는 특히 주인공 이정재에게 구슬과 함께 건넨 “우린 깐부”라는 대사로 화제를 모았다. 56년 경력의 이 70대 노배우는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삶에 지친 이들을 향한 위로와 격려로 읽힌다. 지난해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함께 노년의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힘겨운 나날을 겪는 국민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K콘텐츠의 글로벌 열풍은 대단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특화된 자막 서비스로 언어 장벽이 무너진 게 주효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작품의 국적은 큰 의미가 없는 시대다. 콘텐츠만 좋다면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배타적인 골든글로브에서도 한국 배우가 쟁쟁한 미국 배우들을 제치고 연기상을 수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세계로 향하는 길을 새롭게 열어젖힌 ‘오징어 게임’과 오영수 배우의 연기상 수상에 찬사를 보낸다. 앞으로 K콘텐츠가 더욱 번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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