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여 년 동안 공단 악취와 오염은 주민들이 다 떠안았는데, 기업은 왜 단물만 빼먹고 모른 체합니까? 이제라도 대기업 본사를 울주로 이전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길 촉구합니다.”

울산 온산국가산단에 생활 터전을 내준 울주군민들이 생산시설을 가동하는 대기업을 상대로 울주군 내 본사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온산국가산단 대기업 본사 이전 범군민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최근 발족식과 함께 대대적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캠페인은 군민 전체 22만여 명 중 12만 명 이상을 목표로 오는 3월까지 진행한다. 추진위는 울주군 사회단체와 기관, 주민 등으로 구성됐다. 대표위원장은 이용식 군체육회장, 명예위원장은 이선호 군수, 간정태 군의회 의장, 서범수 국회의원이다. 지역 사회단체 회장들을 공동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기업 64곳 중 수도권 본사 87%
2019년 울산 소득 12조 역외 유출
대기업 본사 이전 군민 추진위 발족
12만 명 참여 목표 서명 운동 시작

‘대기업 본사 이전’은 울주지역의 숙원 중 하나다. 울주군 역시 온산산단 내 기업들의 수익 역외 유출과 이에 따른 청년 인구 이탈 등이 겹쳐 지역경제가 망가지고 있다고 본다.

추진위에 따르면 온산국가산단은 1970년대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산업단지로 조성돼 산업발전에 기여해 왔으나, 환경오염 등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울산에는 현대차,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 생산공장이 있는데, 이들 대기업의 본사는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있다. 2020년 공시대상 기업 집단 64곳 중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은 50곳(78%), 수도권 전체로는 56곳(87.5%)에 달한다. 정작 생산기지로 전락한 울산에는 대기업 본사가 몇 곳이 있는지 지자체 차원의 구체적 통계조차 빈약하다.

추진위 이용식 대표위원장은 “대기업 본사가 대부분 수도권에 있어 2019년 울산 소득 12조 원이 역외 유출됐고, 청년 인구 유출도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다”며 “온산국가산단 대기업 본사를 울주로 이전하면 일자리 창출과 세수 증대, 노동자 복지증대 기여, 영업 잉여의 선순환을 기해 지역 균형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산시 ‘2021 청년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만 15~34세 청년 인구는 26만 8410명으로, 2016년 31만 7750명보다 4년 새 4만 9340명 줄었다. 2020년 울산의 청년인구 순이동률은 -2.7%로 전국 7대 특·광역시 중 울산의 청년 인구 유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청년의 전출 사유로는 직업이 ‘48.9%’로 가장 높게 나타나, 청년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이제 기업들도 이윤 추구에 몰두해 본사 위치를 수도권만 고집하지 말고 환경과 사회, 지역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온산산단에 공장을 둔 대기업부터 본사를 울주로 이전해 지역과 상생 발전하는 소중한 출발점을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