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시장에 “이대론 다 죽어” 멸치잡이 어선, 너도나도 감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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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다 같이 죽는 겁니다.”

10일 오전 경남 통영시 동호항에서 만난 멸치잡이 권현망선단 선주는 “새해 들어 제대로 조업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오늘도 마찬가지”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젊은 층이 잘 안 먹는 데다, 코로나로 식당까지 문을 닫아 전반적인 소비가 줄었다. 안 잡히면 값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면서 “생산량을 늘려 수익을 내는 ‘박리다매’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해법은 ‘감척’이다. 손 털고 일어나는 사람이나, 남은 사람이나 마지막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수부, 올해 근해업종 117척 ↓
이 중 남해안 권현망 50척 배정
소비 위축에 가격 폭락까지 겹쳐
지난해 업계 3곳 중 1곳 사업 포기
업계, 경쟁력 위해 감척 확대 요구
“공급 줄면, 소비자 부담” 지적도


먼바다에서 조업하는 근해어선 업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감척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 규모에 맞게 필요한 만큼만 잡아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지나친 감척으로 생산력이 떨어져 공급이 줄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수산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올해 1058억 원을 들여 11개 근해업종 117척을 감척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척은 경쟁 조업에 따른 어자원 남획을 막고, 어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어민에게 보상금을 주고 허가를 소멸시키는 제도다.

올해 감척 대상 중 무려 50척(10개 선단)이 남해안 멸치잡이 권현망에 배정된 물량이다. 권현망 업계에선 앞서 2020년 5개 선단(25척), 2021년 9개 선단(45척)을 감척했다. 특히 작년엔 전체 52개 선단 중 17개 선단이 신청서를 냈다. 업계 3곳 중 1곳이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힌 셈이다. 올해 사업이 완료되면 단 33개 선단만 남는다.

이처럼 어민들이 앞다퉈 감척에 뛰어드는 이유는 기후변화 등으로 갈수록 열악해지는 조업 환경과 경영 여건 탓이다. 그나마 사업성이 좋다고 알려진 멸치잡이 권현망조차 어획량 감소와 소비 부진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상태다.

멸치권현망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조합 공판장을 통해 유통된 마른멸치는 1만 4000여t, 651억 원어치다. 이는 최근 10년 내 최저치다. 2020년 1200억 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사이 물량은 30%, 매출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10~12월은 어획량과 매출 모두 전년 대비 70% 급감했다. 여기에 kg당 7000원 안팎이던 평균 단가는 지난해 4700원대로 폭락했다.

이런 배경에는 얼어붙은 소비 시장이 있다. 젊은 층의 수산물 기피에다, 코로나19로 외식 문화가 위축되면서 식당 등 요식업계에서 대량으로 소비하던 멸치 수요도 덩달아 급감했다. 재고가 쌓이면서 최근 잡은 질 좋은 멸치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채산성이 떨어진 선단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선단당 작년 한 해 5억~15억 원 상당의 손실을 떠안았다.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선원 평균 연령이 65세를 넘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한데도, 젊은 피 수혈이 전혀 안되고 있다. 인건비 등 고정비는 계속 올라 이윤은 주는데 상황은 더 나빠지니 누가 계속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소비 패턴을 고려하면 시장은 더 쪼그라들 공산이 크다”며 “아무리 많이 잡아도 가격이 받쳐 주지 못하면 허사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바다 장어를 잡는 근해통발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허가 건수는 60척이지만, 실제 조업하는 어선은 55척 안팎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척 감척에 8척이 신청서를 냈다. 올해 4척을 추가로 더 없앤다. 근해통발수협 관계자는 “최소 3~4척은 더 줄여야 한다”면서 “권현망이나 장어통발은 단 하나의 어종만 잡게 돼 있다 보니 시장 대응력이 떨어진다. 현재로선 어선 세력을 줄여 경쟁력을 높이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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