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에서 돼지 심장이 뛴다… 장기이식 새 장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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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57세 남성이 유전자 조작 돼지로부터 심장을 이식 받았다.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한 것은 세계 최초로, 외신들은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획기적인 성과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AP와 AFP 통신, 뉴욕타임스 등 언론은 10일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와 의료센터 연구진이 인체 장기를 이식 받지 못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시한부 심장질환자인 데이비드 베넷의 이식 수술을 지난 7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의료센터
당 성분 제거·유전자 10개 조작
시한부 심장질환자에 이식 성공
거부반응 없이 사흘째 회복 중
의료진 “박동 뛰고 혈압 생겨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환자는 수술 후 10일 현재(현지시간) 즉각적인 거부 반응 없이 사흘째 회복 중이며 이식된 장기는 현재 사람 심장처럼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의료진은 동물 장기 이식의 가장 큰 문제인, 즉각적인 거부반응이 없다는 점에서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이 수술은 작년 10월 미국 뉴욕대 랑곤 헬스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을 신부전증을 앓는 뇌사 상태 환자에게 이식해 거부 반응 없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데 이어 진행됐다.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박동이 뛰고 있고 혈압이 생기고 있다. 이건 그의 심장”이라며 “심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고 정상적인 것으로 보인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이 단계까지 성공한 적은 이전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획기적인 수술로 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우리는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지만 세계 최초로 이뤄진 이 수술이 앞으로 환자에게 중요한 새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이식에는 인간 면역체계에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당 성분 유전자를 제거하는 등 유전자 10개를 조작한 돼지 심장이 사용됐다.

대학 측은 환자 베넷이 수술 하루 전 “남은 건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는 것뿐이다. 나는 살고 싶다. 성공할 가능성을 알 수 없는 시도라는 걸 알지만, 수술이 마지막 나의 선택이다. 회복한 후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종 간 장이이식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4년에는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한 영아가 21일간 생존했으나 결국 거부반응으로 사망했다.

기증에 의존하는 이식용 장기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이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사람과 장기 크기가 비슷한 돼지 등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한 연구를 수십년 동안 진행해 왔다. 유전자 돼지를 이용한 이식용 장기 생산 연구는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 10여 년간 유전자 편집과 복제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 방법이 신장과 다른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50만 명 이상의 미국인에게 이식용 장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의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 공유를 위한 연합 네트워크 최고의학책임자인 데이비드 클라센 박사는 메릴랜드대의 장기이식에 대해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라며 “장기 부전을 치료하는 방법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치료법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여전히 많기에 많은 환자에게 널리 적용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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