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섭의 플러그인] 국민과 맞서는 방역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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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엊그제부터 백화점, 대형 마트 등 대규모 점포 시설에도 방역패스가 시행되면서 입구마다 북새통이다. 접종과 연계한 일상생활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기본권 제한 논란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코로나 사태 만 2년에도 끝을 알 수 없는 변이 바이러스와 지친 국민 사이에서 정부 방역 정책도 혼돈 속에 빠졌다.

1년 전 백신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정부와 국민 모두 ‘게임 체인저’라며 잔뜩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게임 체인저라는 백신을 두세 번 맞아도 예전 생활로의 복귀를 믿는 사람은 잘 없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백신 접종 외에 달리 의존할 데가 없다는 게 딜레마다. 백신 치료제가 나왔다고 하나, 아직 미지수다.

백화점 등 방역패스 적용 더욱 확대
코로나 만 2년, 일상 압박 심해져

최근 기본권 제한 반발 잇단 소송
정부, 정책 소통·공감 소홀한 결과

전 국민 포용하는 유연한 전략 필요
국민 차별화하는 방역 선택은 안 돼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매우 높은 접종률을 달성한 것도 국민 사이에 이런 암묵적인 기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18세 이상 중 2차 접종률이 95%에 육박한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사실상 맞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맞았다고 볼 수 있다. 3차 접종률도 50%에 달한다. 우리 국민들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정부 방침을 따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는 더 강경하게 백신 드라이브 정책을 밀어붙인다. 개인 건강 문제 등으로 접종하지 않은 나머지 6% 미만 국민에 대해선 방역패스로 일상을 압박 중이다. 국민을 대상으로만 보는 듯한 태도에 반발이 없을 수 없다. 신체의 자기결정권 등 인권 논란이 불거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백신 이상 반응은 신고자만 40만 명이 넘는다. 이상 반응 경험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그러나 이상 반응 인정은 로또 당첨보다 더 어렵다. 방역 당국이 백신 연관성이 없다고 결정하면 그걸로 그만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런 사연들이 쌓여 있다.

방역패스도 마찬가지다. 음식점, 백화점, 대형 마트 등 기본적인 식사와 장보기조차 접종 여부에 따라 통제받는데, 종교 시설이나 문화 행사 등은 제외다. 출퇴근 때 서로 어깨를 맞댈 만큼 승객이 빼곡히 들어 찬 도시철도나 버스 등도 빠졌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리 없다. 국민은 정부가 편의에 따라 국민을 통제하는 경찰국가의 그림자를 떠올린다.

지난 2년간 참아 왔던 국민들은 이제 정부의 일방주의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경로에서 백신 접종과 방역패스 정책을 놓고 소송이 잇따르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모든 국민을 위한 방역’이라는 명제가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은 별로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을 상대편으로 설정해 기존 정책을 관철하고야 말겠다는 오기마저 엿보인다. 접종 여부를 매개로 한 차별화 방침을 밀어붙여 ‘세계 최초의 전 국민 백신 완전 접종’이라는 타이틀(?)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코로나 사태가 햇수로 4년째를 맞은 지금, 이런 식의 접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은 국민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 무조건 정책으로 강제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 코로나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비판자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무시 전략으로 백안시해선 해결책이 없다. 종교 시설 등을 대형 마트나 백화점과 차이를 둔 근거는 무엇인지, 영업 시간을 제한하면서 또 방역패스를 강제하는 게 이중 제한은 아닌지, 미접종자 출입은 강력히 규제하면서도 입장이 허용된 곳에서 미접종자의 출입을 막는 규제의 과잉 적용에 대해선 왜 침묵하는지 정부가 국민과 소통해야 할 지점은 주변에 늘려 있다.

최근 방역 정책의 잇따른 법원행은 정부가 이런 공감과 소통을 등한시한 결과다. 정부 정책이 스스로 정당성을 확대·재생산하지 못한 채 법원 결정에 운명을 맡긴 것은 불행한 일이다. 법정에서 정부와 국민이 상대편으로 갈려 서로의 허점을 헤집어 내며 다투는 모습 자체가 곧 정책 신뢰성의 손상이다. 결과가 어떻든 정부 정책은 힘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여론도 갈라져 국민 사이에 골만 깊게 한다.

정부 정책의 목적이 국민 보호와 통합이라면 이는 가장 피해야 할 사항이다. 이제는 조금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코로나 초기 확진자에 대한 낙인과 혐오 분위기를 생각하면 정부가 정책으로 백신 미접종자를 선제적으로 구별하고 차별화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함께 안고 가는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올핸 치료제 상용화 등 코로나 상황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국민과 함께 가는 방역을 선택해야지, 결코 국민과 맞서는 듯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국민 없는 방역은 없기 때문이다.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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