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노리는 대기업, 올 상반기엔 숙원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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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표류 중인 자동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가 올해 상반기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10일 오후 부산 사상구 한 중고자동차매매단지 모습. 강선배 기자 ksun@

4년째 표류 중인 자동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가 올 상반기에는 답안을 낼 수 있을까. 지난 연말 대기업들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뒤 사실상 사업자등록신청과 오프라인 거점 확보 등을 진행하면서 정부와 기존 중고차 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기업의 압박에 정부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이지만 중고차 업계의 반발이 거세 3월 대선 이후에나 답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 진출” 선언한 완성차 업계
정부 결정 전 내부선 준비 작업
자동차매매조합, 중기부 조정 신청
4년째 결론 못 낸 정부도 속도 내
대선 지나면 가부간 결정 날 듯

■대기업 사업 강행에 중기부·업계 분주

1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고차 매매 사업을 위한 사업자등록신청과 오프라인 거점 확보, 온라인 거래 시스템 마련 등 관련 준비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이 소속돼 있는 단체다.

지난해 12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내년 1월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은 이미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는데 국내 업체들만 발이 묶여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기업 진출 결정이 내려진 뒤 준비하면 늦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대기업의 적극적인 행보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오는 14일 열리는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 향후 행정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국 중고차 매매업 종사자로 구성된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도 지난 3일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정부에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사업 조정’을 신청했다.

사업 조정은 대기업의 특정 시장 진출 시 발생할 해당 업종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량 실업, 퇴출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막기 위해 상급 부처인 중기부가 관련 절차를 거쳐 중재하는 제도다.

중기부는 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해당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사업 인수·개시 등을 연기시키거나 진출 규모(품목·시설·수량 등) 등을 축소하도록 권고할지 결정한다.

완성차 업계에선 “이미 동반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부적합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가 이를 번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중기부 측은 “부적합 결정은 동반위 의견일 뿐이고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는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 개방 논의 4년째 제자리

중고차 매매시장 개방 논의는 중고차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지난 2019년 2월 만료된 이후 4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제도는 대기업 진출을 막는 근거로 동반성장위원회가 심의, 의결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 고시하는 절차를 밟는다.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2019년 2월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동반위는 그해 11월 ‘적합업종 부적합’ 결정을 내려 중기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규정대로라면 중기부는 2020년 5월 전에 생계형 적합업종 최종 심의를 내렸어야 했지만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3월 대선 이후 결론날 듯

중고차 매매시장 개방을 놓고 시민단체와 학계는 더이상 결정을 미루면 안된다며 조속히 마무리 지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자동차시민연합)은 지난 4일 중기부에 이달 중으로 결론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이달 내로 완전한 결론을 내지 않을 시 중기부에 대한 감사원 국민감사 청구서를 즉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도 “완성차 업계에 단계적으로 시장을 열어 주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중고차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안팎에선 현 정부가 올 3월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여서 대선 이후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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