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대우조선해양 합병, EU 제동에 좌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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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지만 선결 과제인 EU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불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부산일보 DB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불승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수가 불발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개선 작업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AFP 등 주요 외신은 “EU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을 승인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아직 공식 발표 전이지만 EU 경쟁당국이 현재 진행 중인 두 기업의 결합 심사를 불승인으로 이미 결론지었다는 의미다.

외신, 기업결합 불승인 방침 보도
LNG선 점유 60%대 독점 우려
남은 한국·일본도 미결정 가능성
대우조선 재무구조 불확실성 커져
장기적으로 국내 조선 경쟁력 약화

조선과 항공 등 다국적 기업은 M&A를 진행할 때 주요국 경쟁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유럽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대형 고객사들이 포진한 곳이다. EU 경쟁당국은 3년간 끌어온 두 기업에 대한 심사를 오는 20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유럽은 이번 인수에서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필수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2019년 3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체결한 본계약이 유럽을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의 기업결합 심사 완료를 인수의 선결조건으로 내건 터라 유럽에서 불승인이 나오면 인수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은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무조건 승인을 받았다. EU와 일본, 한국의 승인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EU가 승인을 불허하면 한국과 일본 경쟁당국은 인수가 불발된 것으로 보고 아예 결정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U가 두 기업의 결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독점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의 분야에서 점유율이 60%가 넘는다. 이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추진할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앞서 크루즈선 시장 1위인 이탈리아 핀칸티에리도 3위 업체인 프랑스 샹티에 델 아틀란티크를 인수하려다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난관에 부딪히면서 3년 만에 인수를 백지화된 바 있다. 인수 불발의 문제는 장기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상황이나 한국 조선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인수 주체인 한국조선해양이 받는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확정되면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에 참여해 1조 500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EU의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무엇이든 한국조선해양엔 악재가 아니다”라며 “미승인 시 대우조선해양의 1조 5000억 원 증자 계획이 철회돼 현금을 고스란히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인수가 불발되면 1조 5000억 원을 지원받지 못해 재무구조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부담도 추가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297.3%로 높아진 것도 시장의 우려를 크게 하는 요인이다.

두 회사의 합병 무산은 장기적으론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019년 인수 본계약 당시 산업은행은 자국 조선사 간 경쟁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전 세계 조선시장은 자국 업체 간 합종연횡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2020년 일본 1위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2위인 저팬 마린 유나이티드가 합작사 니혼조선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 빅3가 저가수주 경쟁에다 연구·개발에 중복으로 투자하면 아무래도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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