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게이머도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치용 동의대 ICT공과대학장 게임공학과 교수

최근 메타버스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그리고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라는 새로운 개념들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가상 세계가 이제 우리 사회를 더욱 빠르게 변화시킬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 같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가상현실 속에서 나와 똑같은 아바타를 만들고 그 아바타를 통해 디지털 사회에서 생활한다’는 개념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게이머들이다.

게임, 특히나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개발된 멀티 플레이 기반의 게임들은 이미 사용자들의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람의 아바타들과 함께 나름의 사회를 구축해 왔다. 게임 속 재화를 이용해 아이템을 거래하고 필요에 따라 서로 관계를 구축하고 협력을 했고 때로는 대립을 했다.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의미에서는 게이머들이 메타버스라는 세상을 미리 살아가고 있던 선구자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놀이문화에서 나름의 사회를 구축하고 여론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미 진화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있다. 바로 ‘게임은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놀이’라는 선입견이다. 10년 전인 2011년 북미에서 재미있는 통계 자료가 발표되었다. 미국 가정의 72%는 콘솔이나 PC 또는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북미 게이머들의 평균 연령은 무려 37세로 집계되었고 18세 이하 게이머의 비중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에 북미에서는 게임이 이미 성인들의 취미로 자리를 잡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사례로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닌텐도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캠프를 차리고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으며, 한국의 K-POP 아이돌 BTS와 래퍼 트래비스 스캇은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콘서트를 연 바가 있다.

한국에서도 성인들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예전에 비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많이 줄어들었다. 게임의 특성 중 하나가 중간에 이탈하는 사람들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즉, 지금 게임을 즐기는 성인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기던 세대이며 계속해서 취미로 게임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게임을 즐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한 번도 게임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게임을 하는 사람을 별로 없다는 것이다.

유력 대선 주자들도 게임 유튜버들 방송에 출연을 자처하여 게임 산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게이머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2012년 제정되었던 ‘셧다운제’의 폐지가 결정되었으며 개발사와 게이머들 사이의 갈등 요소였던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 법안이 국회에서 심사 중이다. 이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으며 게이머들이 사회적으로도 큰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게이머들의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귀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게이머들의 역할이 사회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게이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따라서 게이머들은 단순히 마음 편하게 게임을 즐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사회적인 역할, 산업적인 역할에 대해 더욱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게임 산업 발전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언더독(Underdog)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