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49) 유일본으로의 판화를 찍는 작가, 이용길 ‘타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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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가이자 부산미술 연구자였던 이용길(1938~2013)은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부산사범대학 미술과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1965년 ‘습지’, 1970년 ‘부산판화가회’를 결성하고 ‘이후작가전’ 등에 참여했다.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던 이용길은 에 ‘판화가 이용길 내가 본 부산미술’을 연재했다. 부산에서 열린 전시를 기록한 (1993)와 (1995) 등을 펴내기도 했다.

2007년 수만 점의 미술 자료를 부산시립미술관에 기증해 미술정보센터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같은 해 부산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부산의 1세대 판화가인 이용길은 고등학생 때 처음 판화를 접했다. 1960년 부산 중앙동 들장미다방에서 판화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히야리아워크숍’(1965~1967)에서 실크스크린을 연구하며 판화를 통한 조형 실험에 매진했다.

그는 “나는 똑같은 판화가 없다”라고 말했다. 판화에 모형 도장이나 콜라주를 사용하거나, 판화를 찍을 때마다 색을 다르게 하는 방법으로 유일본으로서의 판화의 가치를 피력했다.

‘타살 2’(1970)는 기하학 형태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판화 작품이다. 피라미드 형태는 사회의 위계를 의미한다. 빨강과 파랑으로 양분된 구조는 이념의 차이를, 착시적인 패턴은 혼란한 시대 상황을 상징한다.

피라미드의 최상층부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 있고, 상하로 길게 갈라진 틈에 한 사람이 암흑 속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사회 시스템을 움직이는 힘의 논리와 이념의 분쟁 틈에서 도태되고 파멸하고 추락하는 인간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이 작품 아랫부분에는 작품 제목과 함께 숫자 ‘318’이 적혀있는데 숫자는 그가 제작한 작품의 순서이다. 이용길의 작품 제목은 숫자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숫자는 이용길의 작업 과정을 추적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조은정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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