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러시아 협상 빈손… 우크라이나 사태 ‘4자 회담’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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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 로스토프주에서 3000여 병력을 투입한 사격 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번 훈련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와 나토 간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실시돼 무력 시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러시아 협상에 이어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 협상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4자 회담’ 카드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EU의 주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중재하고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4자 회담을 통해 ‘유럽 없는 유럽 안보 협상’이었던 교착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유럽 일부 국가와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유럽 안보 문제에서 해당 국가를 ‘패싱’해온 데 대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미국 이어 나토 협상도 무위
“유럽 빠진 유럽 안보 논의 안 돼”
EU 주도 새 다자 회담안 주목
회원국 간 입장 차 걸림돌 우려

12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나토와 러시아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서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로 고조된 군사 위기 해소 방안과 유럽 안보 문제 등에 대한 협상을 벌였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서방 간 연쇄 협상의 일환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러나 이날 협상 이후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미 동맹국의 입장차는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드러났다. 나토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 시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모든 유럽 국가의 안보 자주권 등 핵심 원칙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등 추가 확장은 유럽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나토·러 협상이 별다른 합의 없이 끝나면서 ‘4자 회담’ 카드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11일(현지시간) “갈등 종식에 합의해야 할 때”라면서 “4개국 정상들의 회담에서 필요한 결정을 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측 고위 관계자도 “4개국의 수석 보좌관들이 이달 중 회의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4자 회담은 2014년 6월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4개국이 회동하며 시작됐다는 뜻에서 노르망디 형식 회담으로도 불린다. 러시아가 같은 해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처음으로 마주 앉은 4개국 정상들은 이듬해 2월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간 휴전한다는 내용의 ‘민스크 협정’을 타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사태에서 EU 스스로가 보여 온 수동적 태도를 지적한다. 이탈리아의 국제관계 싱크탱크 ‘이스티투토 아파리 인테르나지오날리’의 나탈리 토치 이사는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 기고를 통해 “유럽은 러시아와 미국의 날개에 몸을 맡기고 있다”면서 “난민 문제와 브렉시트 등으로 분열했던 시기보다도 더 우크라이나 안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EU 회원국 간 입장 차를 좁히기도 쉽지 않다. 프랑스는 ‘EU의 독자적 국방’을 외치며 나토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어 러시아의 위협을 받는 동유럽 국가들과 입장을 달리한다. 독일은 외교적으로는 러시아에 ‘강경’ 노선을 취하면서도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에 의존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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