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청년 아이디어로 보수동 책방골목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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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보수동 우리글방에서 지난달 11일 ‘책방골목 보존포럼’이 열렸다. 독자 제공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내몰린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에 지역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수혈된다. 부산시가 청년이 주도하는 기획 사업 추진을 통해 책방골목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미래 세대, 미래 유산 보존 주도
5억 5700만 원 들여 6개 사업
서점·청년 협업해 콘텐츠 개발
청년 지원사업도 책방골목 우대
시청 도서관에 책방골목 서가

부산시는 “보수동 책방골목을 활성화하기 위해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청년 프로그램 지원 등에 나설 계획이다”고 13일 밝혔다. 부산시는 총예산 5억 5700만 원 규모로 책방골목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청년 프로그램 지원, 커피 제품 활용 브랜딩, 지역서점 지원, 어린이복합문화공간 조성, 이전공공기관 지역공헌 등 6개 사업 추진을 검토한다.

부산시의 ‘책방골목 살리기’ 핵심 키워드는 ‘청년’이다. 책방골목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사업은 책방골목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는 청년 크리에이터를 길러 내고 지원하는 과정이다. 부산시는 멘토 역할을 하는 앵커기관을 선정해 로컬 크리에이터 활동을 밀착 지원한다. 지역서점과 협업해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책방골목 기념품을 판매하는 팝업 매장을 열거나 ‘북 토크’ 프로그램도 운영도 가능할 전망이다.

부산시는 2022년 청년 프로그램 지원 사업 선정 과정에서도 책방골목 사업인 경우 더욱 적극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청년 프로그램 지원 사업 중 2개 사업은 보수동 책방골목 관련 사업으로 선정해 총 3000만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부산시청에서도 책방골목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부산시는 올 4월 개관하는 부산시청 1층 열린도서관에 책방골목 서가를 따로 만들어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판매하는 책을 가져와 전시할 계획이다.

오미경 부산시 청년희망정책과장은 “지역 문화유산으로서 보수동 책방골목이 지닌 상징성에 청년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관련 전문가 등과 함께 책방골목 보존을 위한 고민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12일 중구 동광동 한성1918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중구청 관계자와 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책방골목 보존 방안에 대한 의견이 공유됐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혜광고 김성일 교사는 “부산시가 적극적인 지원과 행정을 펼치도록 하려면 문학정거장을 세우는 등 시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2020년 동주여고 학생들과 시집 <와보시집>을 발간하고, 혜광고 미술수업에서 만든 책방골목 관련 굿즈를 전시하는 등 책방골목 홍보에 나서고 있다. 부산대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대규모 개발을 막아야 한다”며 “부지를 공공이 매입해 ‘피란수도’ 등 부산의 역사성을 드러내는 장소를 마련하는 식으로 보수동 책방골목의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이는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글방 문옥희 대표는 “재개발로 나오는 이익은 몇 사람의 주머니 속에 들어갈 뿐”이라며 “70년 세월 동안 책방골목이 쌓아 온 문화적 가치를 앞으로도 모두가 향유하기 위해 부산시와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혜림·김동우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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