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첫 ‘학생인권조례’, 부산에서 제정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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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자, 교원·학부모·학생 등 당사자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확산한다. 앞서 학부모와 종교단체의 반발 속에 경남과 울산에서는 무산된 학생인권조례가 부울경 지역 중 가장 먼저 부산에서 제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부산시의회는 오는 20일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서 ‘부산광역시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후 조례안은 26일께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시의회 교육위, 20일 심의 예정
청소년단체·교총 등 찬반 논란
경남·울산은 반발 부딪쳐 무산

더불어민주당 이순영 시의원(북구4·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학생인권 보장의 원칙과 교육감의 책무,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 비밀과 자유 등 전반적인 학생인권 보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입법예고 이후 교육현장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찬반 의견이 쏟아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어 본회의 통과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 4일 발의돼 7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입법예고 기간에도 이례적으로 300건에 달하는 의견이 접수됐다.

부산교총과 부산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학부모단체는 오는 17일부터 나흘간 부산시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부산교총은 앞서 입장문에서 “부산시의회가 교육구성원의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부산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제정 중단을 촉구했다. 부산교사노조도 성명서에서 “교권 보호 및 침해에 대한 조례도 함께 제정돼야 한다”며 우려 섞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부산지부와 부산학부모연대 등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오히려 지금의 조례안이 학생인권을 보장하기에 미흡하다며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세부조항을 살펴보면 두발·복장이나 휴대전화 소지·사용 조항의 경우, 학생이 참여해 제정한 학칙을 통하지 않고서는 제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점을 놓고, 부산교총은 학교장의 학교운영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한다. 반면 아수나로는 학생 자유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있다며 학칙 관련 내용을 아예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인권위원회 조항의 경우 학생대표가 뼈져 있어, 학생과 교사단체 모두 문제라고 지적한다.

조례안을 발의한 이순영 의원은 “입법정책실과 시교육청의 검토를 거쳐 타 지역 학생인권조례와 비교해 논란의 소지가 될 만한 용어를 순화하는 등 충분히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조례안에는 ‘성(性)적 지향’ 등 논란이 됐던 용어가 대부분 빠져, 타 지역 조례에 비해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6개 특별·광역시도에서 제정돼 시행 중이다.

조소영 부산대 인권센터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영역별로 인권 문제를 특화해서 다루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며, 조례 내용이 학생들 권리보장의 문제이지 선생님 권리를 제한하자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해서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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