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 공감’ 상권 활로 뚫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카페 코노셔 의 김솔어(뒷줄 맨왼쪽) 대표와 골목대장 팀. 골목대장 제공

“저기,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자존심 버리세요, 시장을 보세요!”

가게를 포기하지 않았던 ‘M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젊은 사장과 열정 넘치는 ‘Z세대(1995년 이후 출생한 IT·모바일 주력 세대)’ 대학생 팀의 협업이 코로나로 신음하던 식당을 되살렸다. ‘마들렌(프랑스식 구운 과자)’ 맛집으로 거듭난 식당은 불경기 속에서 매출이 수직상승 중이다.

임인년 새해 작은 희망을 건넨 사연의 주인공은 부산 서구 서대신동 카페 ‘코노셔’ 김솔어 대표와 대학생 서포터즈 ‘골목대장(이현주, 김나연, 박미진, 이가은)’ 팀이다.

코로나 직격탄 30대 피자 장인
대학생 컨설팅 서포터즈에 SOS
100일간 리뉴얼과 브랜딩 작업
부산 ‘마들렌’ 맛집으로 재탄생
월 600만 원대 매출 ‘수직상승’

2020년 피자 전문점을 열 때만 해도 김 대표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다. 비록 골목길 2층 15평 가게를 차렸지만, 김 대표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피자 이올로(피자 요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장인이었다.

김 대표의 손맛에 단골이 하나둘 늘어날 즈음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주변에 배달피자 가게만 40여 곳이 생겨났다. 코로나로 집콕하던 단골들은 그의 매장 대신 배달 피자를 택했다.

'어떻게든 맛으로 가게를 살리겠다'며 김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식재료에 에비앙 생수까지 넣은 반죽을 치대며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김 대표는 입에 풀칠만 하는 수준으로 2년을 버텼다. 그러다 부산시의 대학생 소상공인 서포터즈를 신청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게를 리뉴얼할 참이었다.

지난해 7월, 한여름에 가게로 찾아온 서포터즈 ‘골목대장’ 팀은 당돌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 가게는 피자보다는 의외로 커피가 맛이 좋으니 디저트 전문점으로 방향을 틀자’고 제안한 것.

학생들의 소소한 조언 정도를 기대했던 김 대표로서는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는 “내 전공인 피자와 디저트를 병행하자고 했더니, 저 친구들은 ‘전문점 느낌이 떨어지니 안 된다’고 단호하더라”고 웃었다.

‘골목대장’ 이현주 팀장은 “사장님 재주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그게 메뉴 욕심을 못 버리게 만들고 있어서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다”고 했다.

시장 분석을 거친 이들은 시내에 마들렌 전문점이 드물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를 주력 메뉴로 잡기로 했다. 그리고 ‘홍보가 맛을 덮어 버리면 안 된다’는 김 대표와 ‘젊은 층을 공략하고 싶다면 인스타 필수’라는 ‘골목대장’ 팀의 뜨거운 기 싸움이 시작됐다. 결국, 김 대표는 손을 들고 SNS에 제품 사진을 올리고 매장의 브랜딩 작업에도 동참했다. ‘골목대장’ 이 팀장은 “달콤한 위로보다는 손에 잡히는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며 “사장님에게 더는 겸손은 미덕이 아닌 세상이라는 걸 얼마나 강조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난해 여름 100일간의 아수라장을 거쳐온 김 대표와 ‘골목대장’ 팀의 협업 결과는 달라진 매출전표가 말해 준다. 2년 가까이 월 평균 80만 원대 매출로 버텨 왔던 가게는 지난해 10월 리뉴얼 오픈한 뒤 3개월째 월 매출이 600만 원을 넘었다.

기사회생에 성공한 김 대표는 “자영업자가 참 힘든 게 모든 걸 혼자서 결정 내려야 한다”면서 “마흔도 안 된 나이지만 내 고집에 빠져 있다가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인생 선배’와 보낸 3개월은 학생인 ‘골목대장’ 팀에게도 귀한 자산이 됐다. 이 팀장은 “마케팅 실무를 해보니 사업 성패에 목숨을 거는 자영업자분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