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대전환과 복합위기 시대 국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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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는 폴 고갱이 서구 문명을 피해 타이티섬에서 빈궁한 삶과 질병을 겪으며 유서처럼 남긴 폭만 무려 3.75m에 이르는 대작의 이름이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 이후 일상 상실의 2년이 지나고 미래 예측이 쉽지 않은 현시점에서 사람들은 고갱의 절실했던 화두처럼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는 대전환기에 서 있다. 첫째는 일상의 삶을 여전히 구속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전환기이다. 둘째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으로 빅데이터와 AI, 로봇과 사물인터넷 등이 주도하는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셋째는 온실가스 배출과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인한 기후변화이다. 넷째는 화석연료 중심 시대에서 지속가능의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시기이다. 이미 유럽의 상당수 국가는 15년 내 내연기관차의 종식을 선언한 바가 있다. 다섯째는 초저출산, 급속한 고령화의 인구 대전환으로 우리나라가 겪게 될 가장 부정적 전환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일상 바꿔
저출산·고령화로 미래 불투명

미션 중심 기업가형 국가 주목
국민 참여의 사회적 힘 절실

번영·침체 길목서 맞은 대선
각 후보 비전·대안 잘 살펴야



대전환은 다음과 같은 복합위기를 발생시킨다. 첫째는 예상하기 어려운 돌발적 성격의 ‘블랙 스완(Black Swan)’ 위기인 팬데믹 문제이다.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부터 자영업 붕괴, 교육 및 돌봄 문제까지 위기의 폭과 깊이는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둘째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혁신성장이 몰고 올 고용 없는 성장 문제이다. 플랫폼 경제와 빅테크의 독점에 따른 폐해는 공정경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핵심 과제가 되었다. 셋째는 기후 문제 및 에너지 전환의 위기이다. 우리나라는 높은 탄소배출 국가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은 현저히 낮아 수출 확대에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넷째, 사회경제적 격차 심화, 낮은 국민의 삶의 질, 사회결속 해체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삶의 질은 OECD 하위권이며, 2020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5.7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3년간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세계 62위에 머무르고 있다. 나눔 종합지수 순위는 114위로 국민들은 행복하지도 않고 연대와 결속의 정도도 낮은 사회이다. 다섯째, 가장 심각한 문제는 초저출산, 급고령화라는 인구학적 위기로 한국을 사회경제적 하강 곡선으로 밀쳐 낼 핵폭탄급 파괴력이다. 2021년 OECD 37개국 중 생산가능인구비 1위, 고령화율 29위의 젊은 대한민국이 불과 30년 내 생산가능인구비 35위, 고령화율 1위로 바뀌어 위기의 인구 전환은 ‘롤러코스터’급으로 진행된다. 뒤에 서술한 4개의 위기는 눈에 뻔히 보이는 거리에서 쿵쾅거리면서 다가올 것이 예상되지만 대안이 쉽지 않은 ‘회색 코뿔소’ 위기이다.

2022년은 대전환, 복합위기 시대의 변환점이다. 그동안의 추격형 발전모델에서 창의 선도형 발전모델로 전환해 새로운 상승곡선을 탈 것인가, 아니면 쇠퇴 국면으로 하강할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교차점인 것이다. 세계 최상위 발전경로로 이행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는 혁신적 경제 성장전략으로 만연한 지대추구적, 약탈적 체제를 해소하고 창의 중심의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재벌 중심의 상속형 경제지배, 부동산 투기의 구조를 일신하고 혁신으로 공진화(共進化)하는 경제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기업가형 국가역량 강화 전략이다. 이제는 국가가 단순히 ‘노 젓기’가 아니라 지뢰밭과 같은 고위험 시대를 헤쳐 나갈 혁신적 ‘키잡이’의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의 지적처럼 민간의 혁신까지 선도하면서 공공의 목적과 가치 창출을 주도하는 임무(mission) 중심의 기업가형 국가에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더 강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참여형 사회혁신전략이다. 혁신경제가 발생시킨 사회적 불평등, 국가 주도체제의 일방향성 문제를 개선할 국민 참여의 사회적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강한 배타적 권력인 국가를 견제하지 않는다면 결국 국가는 괴물이 되어 주인인 국민을 위협하게 된다. 그래서 국가는 사회의 제한과 협력의 틀 속에서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쓴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의 주장처럼 국가와 사회의 견제력과 협력에 의해서만 세계 최상위 몇 개국이 경험한 번영의 발전경로를 걸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은 어느 한쪽의 함정으로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다수의 국가들이 성공적으로 통과하지 못해 실패에 이르는 매우 ‘좁은 회랑’이다.

대전환과 복합위기 시대 번영과 침체의 갈림길에서 올해 3월 9일 우리는 20대 대통령선거를 맞는다. 혁신적 경제, 국가의 역량, 참여형 사회혁신의 상호역동성에 대한 각 후보들의 비전과 대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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