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뤄야 할 ‘산업은행 부산행’ 기대 큰 만큼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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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화여대 서울병원 보구녀관에서 열린 청년 간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제5기 출범식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KDB산업은행을 부산에 이전하겠다’는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의 공약이 실현되면, 그동안 무늬만 금융 중심지였던 부산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금융업의 앵커시설로서 다른 금융 공공기관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무엇보다 부산·울산·경남 산업 환경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규모로 발전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산은 부산 이전” 실현 땐
금융업 앵커 시너지 극대화 분석
산은법 본점 조항 ‘부산시’로 개정
이전 저지 노조 반발 등 ‘걸림돌’

그러나 산업은행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하지만, 금융노조의 반발과 연관 기업들의 반대, 수도권 정치인의 외면 등 각종 걸림돌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17일 부산시와 금융 전문가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 부산 본사가 부산을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은 2009년 서울과 함께 금융 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BIFC(부산국제금융센터) 건립 등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선진화, 국제화 등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지방분권 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가 실시한 ‘지역 금융과 균형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지역 전문가 인식조사’ 결과에서 금융 전문가 50명 중 39명(78.0%)이 ‘국제화 등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자본금 30조 원에 육박하는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금융 회사, 투자사, 제조업 등 산업은행과 연관된 기업들과 이미 이전한 금융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한 금융 상품을 만들어내는 등 금융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부산시는 예측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기업 금융·투자 은행(CIB)로서 전 세계 금융기업들과 거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부산을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 발전시키는 데 적합한 은행으로 평가받는다.

또 산업은행은 부울경 산업 환경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라 산업은행의 주요 업무는 △산업의 개발·육성, 중소기업의 육성 △기업·산업의 해외 진출 △신성장 동력 산업 육성과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 산업과 관련된 것들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한국산업은행법이 개정돼야 한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은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산업은행법의 본점 조항 내용을 ‘서울특별시’ 대신 ‘부산광역시’로 개정하면 법적으로 이전이 가능해진다.

법 개정의 길은 험난하다. 우선 산업은행 노조 등 금융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는 본사 이전을 막기 위해 총력 투쟁을 선포하고 있다. 또 노조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지방이전 저지’이다. 전국 금융노조도 지난해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막겠다’며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의 외면과 산업은행 이전으로 함께 부산으로 내려오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금융 기업들의 반대도 큰 걸림돌이다.

첩첩이 쌓인 악재 탓에 앞서 지역 정치인을 중심으로 시도됐던 법 개정도 무산됐다. 2019년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당시 국회의원 등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한국산업은행의 본점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으나, 동료 국회의원들의 외면, 노조의 강력 반발 등으로 결국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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