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미사일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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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天弓)’은 하늘에 활처럼 둥글게 구부러져 있다는 의미로 무지개를 이르는 말이었다. 오늘날 천궁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핵심인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의 이름이 되었다. UAE가 최근 한국의 천궁Ⅱ를 4조 1000억 원어치 샀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국산 단일무기 계약 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기술 수입국으로 시작해 경쟁이 치열한 해외 방산시장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성장한 사실이 뿌듯하다. 1발당 15억 원이라는 천궁Ⅱ의 수출이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지대공 유도무기는 비행장, 발전소, 군사시설 등 국가 주요 자산을 방어하는 방공작전에 사용된다.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를 만약 통과했다면 중거리-단거리-휴대용 유도무기가 차례로 출격한다. ‘천마’가 최대 사거리 10km의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다. ‘신궁’은 병사가 직접 휴대할 수 있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로 사거리가 5km다. 천궁, 천마, 신궁이 국산 지대공 유도무기 3총사인 셈이다.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한편 북한은 연초부터 4차례나 미사일을 쏴서 주변국들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5일과 11일에는 자강도 일대에서 마하 10 내외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 서울 상공에 1분 내 도달하는 속도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빠르게 솟구쳐 올랐다가 낮은 고도로 활공 비행하고 진로를 바꾸면서 날아가는 능력까지 갖춰 요격이 힘들다고 한다. 14일에는 철로 위 열차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17일에는 ‘북한판 에이테킴스’(KN-24)를 각각 발사했다. 북한이 올해 발사한 미사일은 모두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고 한·미동맹의 미사일 방어체제도 무력화할 수 있다고 한다.

남북한의 미사일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발사 시험에 성공해 SLBM 성공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고 발표했지만, 북한도 SLBM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개발 능력이 위협적이라도 머리는 냉정해야 한다. 선제 타격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일시에 100%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판단이 잘못됐다면 대재앙이 닥친다. 2020년도 한국의 국방 예산은 440억 달러, 북한은 16억 달러다. 한국은 재래식 무기 분야 세계 6위의 군사 강국이고 북한은 28위에 불과하다. 서울까지 1분이다. 대북 선제 타격은 대놓고 떠들 문제가 아니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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