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북항 랜드마크 부지, 언제 빛을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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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미국 마이애미와 일본 요코하마는 자주 부산과 비교되는 곳이다. 두 곳 모두 항만 재개발을 통해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켰고, 부산은 현재 북항재개발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마이애미항은 한낱 무역항에 불과했지만 굴지의 크루즈항으로 거듭났다. 해안 입지를 활용한 독특한 디자인의 호텔과 상점 등 랜드마크 시설을 건립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등 항만 재개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요코하마에는 미나토미라이21이 있다. ‘미래항구21’이라는 뜻의 미나토미라이21은 요코하마항 인접 지역을 재개발해 조성된 복합시설지구다. 낡은 조선소와 작은 부두만 있던 곳이 랜드마크 타워, 오삼바시 국제터미널을 비롯해 쇼핑몰, 공연장 등이 밀집한 요코하마의 주요 관광지가 됐다. 관광지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일본의 간판 기업인 닛산 본사가 이전하는 등 기업 유치 실적도 두드러졌다. 현재 이곳에 입주한 기업은 2000여 개에 이른다.

북항재개발 1단계의 핵심 사업
리조트 등 개발 계획 모두 무산

뚜렷한 대안 없이 10여 년 표류
BPA 등 구체적 일정 제시 못 해

대선 후보들 활성화 공약 절실
신속한 추진으로 결실 이끌어야


부산 북항도 재개발을 통해 부산의 심장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북항재개발 1단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랜드마크 부지가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랜드마크 부지 활용에 대한 방향이 명확하게 정해져야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은 비로소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랜드마크 부지 면적은 11만㎡가 넘는다. 북항재개발 1단계의 ‘노른자위 땅’으로 불린다. 바다와 수변공원을 끼고 있는 데다 용적률이나 고도제한 등에서 혜택이 많아 과거에는 수많은 업체들이 눈독을 들였다. 실제로 국내외 기업들에 의해 복합리조트, 오픈 카지노, 돔 야구장 등 여러 개발안이 추진됐다. 그러나 수익성 문제와 난개발을 우려하는 여론에 부딪쳐 모두 무산되면서 지금껏 표류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BPA)는 독자적으로 사업자를 찾겠다고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계획대로 됐으면 벌써 수년 전에 어떤 형태로든 관련 시설이 들어섰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랜드마크 부지에 관심을 두는 기업은 없다. 인허가 과정에서의 잡음 등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는 사이 랜드마크 부지는 여름철이면 참기 힘든 악취가 풍기고 날벌레가 창궐하는 황무지로 방치되고 있다.

이처럼 랜드마크 부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은 비록 다른 기반시설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완결까지는 사실상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자칫 북항재개발의 각종 장밋빛 청사진들의 빛이 바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그런데도 BPA나 부산시는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 추진에 있어 공공성과 사업성을 각각 주장하는 목소리에 갇혀 뚜렷한 행보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가 “북항 1단계 랜드마크 부지는 동부산관광단지의 테마파크 같은 기능을 할 것으로, 복합리조트 등 여러 구상이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부산시나 BPA나 향후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랜드마크 부지를 마냥 하세월로 비워 둘 일이 아니다. 해양수산부는 랜드마크 부지를 2030 부산세계박람회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적도 있는데, 2030년까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겠다는 말인지 의문이다. 만에 하나 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보다는 해당 부지를 어떤 형태로든 이른 시일 안에 부산의 실질적인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 세계박람회 유치에도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아쉬운 건 올해 대선을 앞두고도 각 후보들에게 북항재개발 1단계의 성공적인 완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북항재개발 조속한 완성”이라고 두리뭉실하게 언급할 뿐 세부적인 사안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북항재개발 현장을 찾아 임기 내에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약속은 이미 공허해졌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후보라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랜드마크 부지 등 북항재개발을 어떻게 완결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인 실천 약속을 해야 할 것이다.

북항이 마이애미항이나 미나토미라이21처럼 되려면 사람과 물자가 몰려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랜드마크 부지 사업을 하루라도 빨리 진행해야 한다. 마침 BPA가 의뢰한 랜드마크 부지 활용에 대한 용역 결과가 올 3월 나온다고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를 바탕으로 신속히 사업 추진에 나서야지 또다시 지지부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항 랜드마크 부지가 부산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공간으로 조속히 탄생하길 고대한다.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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