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분 윤석열, 서주 이재명… 동서로 엇갈린 ‘빅2’ 부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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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후보의 부산 행보가 바빠졌다. 초접전 양상 속 이번 대선 최대 ‘스윙 스테이트’(경합지) 표를 잡으려 앞다퉈 부산으로 먼 걸음을 한다. 그러나 후보들의 행보는 같은 듯 다르다. 특히 ‘서이동윤(西李東尹·서쪽은 이재명 동쪽은 윤석열)’ 현상이 두드러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부산 동서 불균형 현안을 염두에 둔 듯 그간 서부산을 집중 공략했다. 서면, 해운대해수욕장 등 대내외적으로 유명한 상업지에서 세몰이 효과를 누리는 보통의 유세전략을 볼 때 이례적 행보다. 이 후보는 새해 첫날 강서구 부산항 신항에서 출항 선원을 격려한 뒤 다음 날 사하구 다대포,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등을 둘러봤다. 짧은 동선을 감안한 일정이라도 서부산 일색으로 동선을 짠 점이 눈에 띈다.

이, 지역 격차 의식 서부산 집중 공략
윤, 시간 대비 극대화·‘2030’ 노린 듯
안철수, 고향에서 동서 떠나 광폭 행보
심상정, 분향소 방문 등 친노동자 굳히기

이 후보 요청으로 부산·울산·경남(PK) 공략에 나선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지난 17일 북구 덕천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에도 중구 BIFF 광장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원도심을 찾았다. 박재호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부산의 동서 불균형 문제를 잘 알고 있고, 실제 이를 염두에 두고 일정을 짰다”면서 “경기도지사 때 수원에 쏠린 공공기관을 이전시키는 등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인호(사하갑), 전재수(북강서갑) 등 당내 현직 국회의원들이 서부산에 지역구를 둔 점도 후보 일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두 차례 부산을 찾았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동부산 ‘핫플레이스’ 위주로 유세했다. 지난달 4일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서면서 ‘커플티’ 유세를 벌였고, 지난 14일에도 서면역에서 퇴근길 인사에 나섰다. 15일에는 부울경을 연결하는 광역전철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기장 일광역에서 동해선을 타고 울산으로 넘어갔다.

윤 후보는 시간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는 ‘고효율 장소’를 전략적으로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윙 보터’인 2030세대가 많이 찾는 서면에서 정권교체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가 정책 개발과 지원이 시급한 서부산을 패싱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백종헌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15일은 울산으로 넘어가는 이동 수순에 따라 방문 장소가 정해졌다”면서 “후보가 서부산 현안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방문 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부산 방문 때 서부산 낙동강 하구 일원에 맥도 100만 평 그린시티를 조성한다는 대선 공약을 발표한 상태다.

후보 중 유일 PK 출신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고향 부산에서 동서를 떠나 광폭 행보를 했다. 지난달 23일부터 3일간 머무르며 해운대 구남로, 남구 부경대, 중구 자갈치시장, 서면, 수영팔도시장 등지를 오갔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부산 노동자들을 주로 만나왔다. 지난달 1일 ‘심상찮은 버스’ 첫 지역 행선지인 부산에서 민주노총 활동가 고 전규홍 씨 분향소 등을 방문했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후보들이 비슷한 공약만 내세우는 것 같지만, 세부 행보를 보면 부산 현안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면서 “부산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파고드는지가 지역 표심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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