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가 코로나 전파?” 홍콩 집단 안락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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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당국이 18일(현지시간) 햄스터가 사람에게 코로나19 델타 변이를 전파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동물가게를 조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홍콩 당국이 햄스터에서 사람으로 코로나19가 전파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며 약 2000마리의 햄스터를 모두 안락사시키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급하고 가혹한 결정이라며 이에 반대하는 청원이 쇄도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공포 속 반려동물의 집단 유기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6일 햄스터 등 설치류를 파는 코즈웨이베이의 애완동물 가게에서 일하는 23세 점원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감염원이 불분명해 관심을 모았다. 약 3개월 동안 델타 변이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홍콩 지역사회에서 갑자기 델타 변이 감염이 확인되자 당국은 해외에 다녀오지 않은 이 점원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이 ‘이상한 사례’라고 보고 조사를 벌였다.

애완동물 가게발 감염 확산에
홍콩 당국 2000마리 안락사
반려동물 유기 우려 반발 쇄도

홍콩 어업농업자연보호부는 지난 18일 해당 애완동물 가게의 햄스터 11마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들로부터 이 점원이 감염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 8일 이 가게를 다녀간 손님 1명과 그의 가족 1명 역시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예방적 조치로 약 2000마리의 햄스터를 안락사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지난달 22일과 이달 7일 네덜란드에서 수입한 햄스터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며, 이들이 지역사회 델타 변이 출현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햄스터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실험이 진행돼왔으나, 실험실 밖에서 햄스터가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것은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 팬데믹 고문이자 전염병 권위자인 위안궈융 홍콩대 교수는 델타 변이에 감염된 점원의 바이러스에서 일부 돌연변이가 발견돼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DNA 전문가인 길먼 시우 홍콩이공대교수는 밍크에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전염된 것이 이미 확인된 상황에서 햄스터에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은 이론상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11월 덴마크 정부는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돌연변이가 발견되자 자국에 있는 1700만 마리의 밍크를 모두 살처분했다.

홍콩 당국의 안락사 발표 이후 몇 시간 만에 이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에 1만 1000여 명이 서명했고, 동물보호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니코라우스 오스터리더 홍콩성시대 수의과 교수는 SCMP에 “이는 너무나 가혹한 조치”라며 사람들이 두려움 속에서 키우던 동물을 집단 유기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2020년 3월 홍콩에서는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환자의 반려견이 감염됐는데, 이는 사람이 동물에게 코로나를 전파한 첫 사례였다. 당시 홍콩 당국은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지만, 오스터리더 교수는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기르던 개와 고양이를 버렸다면서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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