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비서실장이 구청 감사관?… 연제구 수상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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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구청에서 최근 구청장 측근인 현직 비서실장이 개방형 직위로 공모한 구청 감사관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돼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구청장을 포함해 구청 업무 전반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감사관이 ‘구청장 사람’이라면 공정한 감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반발이 공무원노조를 비롯해 구청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비리 감시할 감사담당관 자리에
현직 비서실장 앉히기 인사 강행
선거철 ‘자기 사람 심기’ 비난 속
노조 등 “개방형 직위 악용” 규탄

19일 연제구청에 따르면, 이성문 구청장의 비서실장 A 씨가 지난 18일 구청 감사담당관으로 최종 임명됐다. 연제구청은 지난해 11월 외부인사가 응모할 수 있는 개방형 직위로 감사담당관 채용 공고를 내 선발 과정을 진행했다. 서류심사에 합격한 4명 중 2명이 면접에 참석하지 않았고, 인사위원회에서 추천한 나머지 2명 중 A 씨를 이 구청장이 최종 임명했다.

비서실장의 감사관 임명이 발표되자 구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구청장은 물론이고 구청 조직과 업무를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 감사관 자리에 구청장 직속 비서실장이 들어온 데 따른 불만이다.

연제구청 공무원노조는 감사관 발표가 난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고 “비서 출신 개방형 직위 감사담당관 채용은 부당하다”고 규탄했다. 성명서에서 노조는 “현직 비서를 감사관으로 임명해 시작부터 ‘정치성’을 의심받는 상황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합리적 의심을 살 만한 인사채용은 의회와의 협치를 무시한 처사로 공무원들의 불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제구청 한 공무원은 “정치적 인물을 감사관으로 뽑아놓으니 선거 두 달 전 ‘자기 사람 심기’라는 비난이 구청 안에서 팽배하다”며 “공무원 순환보직의 단점을 보완하려고 만든 개방형 직위 제도가 오히려 악용된 사례”라고 말했다.

구청장 현직 비서의 감사관 ‘직행’ 채용에 따른 공무원의 반발은 예고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관 직위 업무의 핵심은 구청 내부의 비판자 역할이다. 감사, 공직윤리조사 등이 주된 업무로, 구청 직원들의 비리 행위 등을 조사하는 만큼 공정성이 필수로 요구된다. 구청장의 비리 행위나 업무까지 감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감사관이 구청장의 직전 직속 직원이라면 공정한 감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현재 연제구청 홈페이지에서 A 씨의 직위는 ‘감사담당관’으로 바뀌었지만, 업무는 여전히 ‘비서 구청장 수행’으로 기재되어있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구청장의 측근이 구청 감사관 자리에 앉게 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뒷말이 나온다. 연제구의회 김형철 의원은 “A 씨가 개방형 직위로 진행된 감사관 채용에 응모한 것만으로도 무리한 처사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임용까지 돼 유감스럽다”며 “직전까지 구청장을 수행한 전 비서실장의 감사 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제구청은 업무상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연제구청 자치지원과 관계자는 “A 씨는 과거 국회의원 보좌관을 3년 이상 지내 ‘감사관’ 직위에 대한 전문성이 인정됐다”며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자격요건과 선발절차 모두 충족해 업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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