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앞세웠지만, 시민 열망은 부산보다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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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도시 ‘리야드’ 가 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한·사우디아라비아 정상회담에서 “2030년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부산과 리야드가)선의의 경쟁을 펼치자”며 서로의 선전을 당부했다.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는 모스크바(러시아) 로마(이탈리아) 오데사(우크라이나)와 함께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를 신청한 도시다.

관광대국 야망으로 유치전 나서
중앙정부 파격적 지원이 큰 강점
부족한 도시인프라로 단점 노출
천혜의 자연환경도 부산에 뒤져

■오일머니 풍부한 중동 최대 도시

리야드는 인구 800만 명, 면적 3115㎢로 사우디는 물론 아랍에서 가장 크고 인구가 많은 도시다. 사우디는 ‘2030 비전’이라는 국가전략을 통해 석유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관광, 보건, 교육, 인프라 등의 분야로 경제의 다양성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우디는 관광 분야 개발에 힘쓰고 있고, 특히 홍해 일대에 관광자원이 풍부하다”며 “관광은 일자리를 창출 효과가 크므로 2030년까지 경제의 상당 부분을 관광에 의존하는 관광대국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리야드가 지난해 10월 월드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국가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난해 6월 유치신청을 한 부산, 이미 두 차례 유치전을 벌였던 모스크바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의 막강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대대적인 유치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실제 사우디는 2020 두바이 엑스포에서 개최국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국가관(1만 3059㎡)을 운영할 정도로 풍족한 자금을 쏟아붓는다.

특히 리야드 주지사는 국가서열 3위로, 사우디 국왕의 혈족이어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 파격적인 엑스포 관련 투자가 가능하다. 부산(770㎢)의 4배가 넘는 도시 면적으로 공간 확보도 쉽다.

리야드 인근에 테마파크, 스포츠시설, 자동차 경주장, 호텔 등이 들어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도시를 만들겠다는 ‘키디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곳 역시 엑스포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가 전통적으로 중동의 맏형 역할을 해 온 데다 서방 국가와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것도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유리한 요인이다.



■인프라 취약, 유치 열기 부족

리야드는 엑스포 개최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부산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기자가 리야드국제공항, 대형 쇼핑센터, 시내 주요 명소 등을 둘러봐도 부산과 같이 유치희망 현수막이나 홍보 포스터는 눈에 띄지 않았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열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효석 리야드 한인회장은 “엑스포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이웃나라에서 열리는 두바이 엑스포에 관심이 있지 (리야드가)언제 개최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도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도 부산이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리야드는 2020년 11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도시였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총연장 168km로 리야드의 네트워크 역할을 할 6개 노선의 메트로(도시철도)는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전 사우디 국왕의 지시로 착공돼 G20 정상회의 때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1호선도 개통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제공항과 항만을 동시에 갖추고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부산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다면, 사막 위에 세워진 리야드는 상대적으로 도시 분위기가 삭막한 편이다.

리야드=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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