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가구 공공주택 건립, 릴레이 기부문화로 이어지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오태원 본청건축사무소·계담종건 대표

“이번 주택 기부가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 확산의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경남 양산에 100여 가구 100억 원 상당의 공공주택을 기부하기로 해 화제를 모은 오태원(63) 본청건축사무소와 (주)계담종합건설 대표가 “언론을 통해 기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돕겠다는 연락이 오는 등 언론의 선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밝혔다.

고향 양산에 100억 대 공공주택 쾌척
7년 전 아들 결혼식서 기부 약속 선언
북구 청소년에 장학금·아너 가입도

양산 출신인 오 대표는 지난해 12월 13일 양산시가 제공하는 부지에 전용면적 30~50㎡의 공공주택 100여 가구를 지어 기부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양산시와 체결했다. 양산 주택 건립 후 현재 거주 중인 부산 북구에도 100억 원을 들여 100여 가구 주택을 건립·기부하기로 약속한 사실이 <부산일보> 등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는 “북구에 거주하는 한 지인이 주택 100여 가구 기부 소식을 접하고 ‘북구에 건립하는 주택 경비의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연락을 해온 데 이어 각서까지 남기겠다고 말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대표는 양산 주택 건립 기부 양해각서 체결 이후 마음고생을 한 사실도 털어놓았다. 그는 “‘주택 기부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있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양산의 주거 빈곤 청소년을 위해 결심한 것인데 이럴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오 대표는 “2020년 양산시에 주택 기부 의사를 전달했고, 시가 적절한 부지를 찾는 데 2년가량 시간이 소요됐다”며 “양산시가 공공주택 인허가와 설계를 하고, 나는 시공만 맡는다”고 강조했다. 또 “직접 시공하면 20% 이상 공사비가 절감돼 100억 원으로 최대 120가구의 공공주택을 건립할 수 있고,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의 기부 약속은 2015년 작은아들 결혼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식 하객들에게 “5~6년 후 100여 가구의 주택을 지어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나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 앞에 선언한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물금읍 가촌리에서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어 생활하다 보니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이웃을 돕는 부모님 영향으로 ‘돈을 벌면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오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해 부산 성지고 건축과를 졸업한 뒤 건축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생활을 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부산외대 법대를 거쳐 동아대 대학원 건축학과와 중국 하얼빈 공대 건축공학과 박사과정을 거쳤다.

“돈을 벌기 위해 건설사에 입사했고, 국내 최고 전문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 진학 등 20여 년간 매일 4~5시간씩 공부했습니다.”

실제 오 대표는 건축기사 1급, 소방기사 등 10여 개의 자격증을 취득한 뒤 38살에 건축사 시험, 40대 중반 건설안전기술사, 50대 토목기술사에 잇달아 합격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술 3관왕’에 올랐다.

그는 20여 년 전부터 이웃을 위한 기부를 해왔다. 특히 주거 빈곤 가정에 빌라를 지어주고, 북구장학회에 90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유독 청소년을 위한 선행에 앞장서고 있다. 2017년에는 1억 원 이상 기부하는 아너 소사이어티(129번째)에도 가입했다.

오 대표는 “청소년들이 성인이 됐을 때 자신보다 더 큰 규모의 기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며 “이번 주택 건립이 릴레이 기부문화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