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B2B 유통 플랫폼, 부산 첫 유니콘 기업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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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부산 스타트업] 푸드팡

식자재 B2B 플랫폼 ‘푸드팡’ 공경율 대표가 푸드팡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푸드팡은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각 식당의 냉장고와 냉동고에 식자재를 넣어주는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식당은 전날 오후 10시까지 식자재를 주문해야 한다.

최근 110억 원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로 화제가 된 부산 스타트업이 있다. 식자재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 유통 플랫폼 푸드팡(주)이다. 부산 반여농산물시장과 식당을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서울로 진출, 부산과 서울에서 푸드팡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당 고객만 5000개 이상 확보한 업계 1위 스타트업이다. 스스로 ‘식자재의 쿠팡’으로 일컫는 푸드팡 공경율(32) 대표를 부산 금정구 금사동 본사에서 만났다.


110억 원 시리즈 B 투자 유치
반여농산물시장-식당 연결 사업
부산·서울 가입 식당 5000개 돌파
매출 500억 원·기업 상장 목표

■공대생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공 대표는 동의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를 졸업한 공대생이다. 처음부터 창업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 부산 대학생의 1%를 뽑아 훈련시키고 졸업 후 삼성에 취직할 수 있는 특전을 주는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에 선발됐습니다. 들어가기는 힘들었지만 막상 연구 개발을 해보니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더라도 내 아이템으로 돈을 더 잘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4년 즈음 요리 방송이 많았고, TV에 나온 요리를 집에서 바로 해먹을 수 있도록 밀키트를 만들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밀키트라는 말도 개념도 없던 시기였다.

“요리 재료 2인분만 포장해서 배송하는 ‘요리사요’ 앱을 출시했습니다. 앱 다운로드가 10만 건에 달할 정도로 어느 정도 인기는 있었죠. 배송만 하다가 해운대에 오프라인 매장을 처음 내면서 2014년 첫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매장 운영은 잘 되지 않았고, 월세를 내기 위해 시작한 것이 채소가게였다. “당일 농산물 시장에 가서 당일 판매하는 농산물의 ‘다이소’ 콘셉트로 매장을 운영했습니다. 귤 1개 100원, 대파 한 줄 200원 이런 식으로 소량 판매가 인기를 끌었고 하루 매출이 1000만 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채소가게하다 푸드팡 탄생

가게 운영이 자리 잡으면서 양산 증산신도시와 북구 금곡동 매장까지 총 3개의 매장을 내고 가게 이름도 ‘야채사요’로 바꿨다. 원래 대학에서 IT 소프트웨어 개발 공부를 해온 만큼 플랫폼에 대한 생각은 늘 있었다.

“매장을 확장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듯 온라인 배송하는 시스템을 고민했는데, 그렇게 나온 게 헬리콥터처럼 배송한다는 뜻에서 ‘헬리팜’을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오프라인처럼 재고 관리가 잘 안되어서 고민하던 차에 주변 식당에서 식자재 조달 좀 해달라는 연락을 받은거죠.”

입소문의 힘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할 농산물을 구매하면서 인근 식당에서 주문받은 식자재도 함께 샀는데, 어느 날 매장 수익보다 식자재 유통 수익이 더 커졌다.

“오프라인 매장은 월 매출 1000만 원이 한계였는데 식당 대상 식자재 매출의 스케일이 훨씬 크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그래서 2017년부터 푸드팡을 시작하게 됐고 부산 시장에서 먼저 선보인 뒤 2019년 1월 서울에 진출할 수 있었죠.”



■'농업 혁신' 포스트 농협이 목표

농산물시장과 식당을 연결하는 아이디어는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지만 농산물시장은 공 대표에게 익숙한 곳이었다. “고모가 1985년부터 농산물 유통업을 했고 어머니도 일을 도왔기 때문에 농산물 도매시장의 흐름은 어깨 너머로 알고 있었죠. 사업을 하면서 살펴보니 전국에 33개의 농산물 도매시장이 있는데 거래의 50%는 서울 가락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일어나더라고요.”

정보가 없다보니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품을 무작정 서울로 보내게 되고, 이를테면 포항에서 생산한 부추가 서울 도매시장을 거쳐 부산 시장에서 판매하는 비효율이 일어나곤 했다.

“푸드팡은 결국 전국 도매시장의 데이터를 취합해 이런 비효율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농산물 수요와 가격을 예측하고 최적의 물류센터로 기능하는 것이 푸드팡의 목표고요.”

최근 금융투자(IB) 업계로부터 1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재고가 없는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매출은 180억 원, 가입 식당도 5000개를 돌파했다. 올해는 매출 500억 원이 목표다.

“푸드팡의 가장 큰 목표는 포스트(post) 농협이 되는 겁니다. 농협은 농산물 유통도 하고 금융사업도 하는 농산물 시장의 가장 큰 플레이어니까요. 금융종합서비스 ‘토스’가 금융기관을 혁신했듯이 푸드팡이 농업을 혁신하는 모델이 됐으면 합니다. 부산 첫 유니콘 기업이자 첫 상장 사례가 되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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