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복권이 있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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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복권은 런던 올림픽 참가 경비 마련을 위해 1947년 발행된 올림픽후원권이었다. 1949년에는 이재민 구호자금 목적의 후생복표, 1956년엔 산업부흥 명목의 애국복권, 1962년과 1968년엔 만국박람회 경비 마련을 위한 복권이 발행됐다. 그러다 1969년 마침내 대중적인 주택복권이 나왔다.

복권의 인기가 높아지자 여러 정부 부처가 개별적으로 복권사업을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의 복권은 공익자금 조달보다는 해당 기관의 재원 조달 수단으로 활용됐고, 또 복권이 난립하면서 사행성 조장 논란을 일으켰다. 2002년 12월 로또복권이 도입돼 판매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복권 수익금 사용·관리를 일원화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에 따라 2004년 복권법이 제정됐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에 대해 어떤 이는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하고, 어떤 이는 흰 쌀 세 가마니와 검은 쌀 한 톨이 담긴 장독에서 눈을 감고 단번에 검은 쌀을 집어내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로또에 매달리고 매주 금요일이면 ‘로또 명당’에는 장사진을 이룬다. 왠지 이번에는 자신이 당첨될 것 같은 심리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한 주일 동안 뭔가 기다려지는 두근거림과 긴장감도 있다. 당첨되면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상상할 때 온몸에 느껴지는 짜릿함도 무시하지 못한다. 소소하지만 그런 행복을 계속 이어 갈 수 있다는 점이 복권의 매력일 테다.

그래서인지 국제복권협회(AILE)는 복권을 ‘적은 액수의 돈으로 꿈과 희망, 행운을 얻을 수 있는 매우 이상적이고 건전하면서도 적절한 오락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은 “복권이 있어서 좋다”는 등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것으로 다 설명되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복권을 사는 행위는 개인의 능력이나 배경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기회가 주어지는, 상당히 공정한 게임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공정한 승부가 어려운 환경, 예를 들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시기에 로또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유달리 많아진다.

실제로 2021년 복권 판매액이 5조 9755억 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직전 최고 기록은 2020년의 5조 4000억 원이었다. 두 해 모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고난의 시기였다. 씁쓸한 결과지만 복권으로 다소나마 위로를 얻었다면 그 또한 다행 아니겠는가.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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