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해도 될까요”-바이든 “OK”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상황실에서 화상을 통해 기시다 후미오(화면)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내세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지를 표명하고 나서면서,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는 분쟁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전쟁 또는 무력 행사를 포기한다고 한 헌법에도 위배되는 것이어서 한국,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 반발이 예상된다.


미·일 정상 1시간 20분 화상 통화
일, 근본적 방위력 증강 결의 표명
안보 관련 3대 전략문서 개정 공언
미국 지지 얻어 본격 행보 나설 듯

23일 교도통신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21일 밤(한국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약 1시간 20분간의 화상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약식 기자회견에서 국가안전보장전략(NSS) 등을 책정하고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결의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이른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 강화를 위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7일 일본과의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일본의 근본적인 방위력 강화에 환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해석되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표명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기시다 정권의 방위력 증강 계획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북한 등의 미사일 문제와 군사적 균형의 급속한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안보전략,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안보 관련 3대 전략문서를 연내에 개정하겠다고 거듭 공언했다. 이들 문서 개정은 결국 자위대의 전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고, 당장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문제다. 이는 유사시에 적국을 원거리에서 선제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을 얻겠다는 것이어서 일본 방위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전환은 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 제9조 전수방위 원칙에 위배된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변칙 궤도로 날아가는 북한 탄도미사일이나 중국·러시아의 극초음속 활공 무기를 현재의 미사일 방어 체제로 막을 수 없다며 타격력을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무상 출신인 기시다 총리는 애초 이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총선을 거치면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수진영의 목소리가 커지자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미국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실현하기 어려운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포함한 방위력 강화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고 나섬으로써 기시다 총리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기반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당장 일본 정부는 오는 26일 3대 전략 문서 개정을 위한 첫 전문가 초청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편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이 일본의 충성도를 시험하는 자리”였다고 비난했다. 류웨이둥 중국사회과학원 미·중 관계 연구원은 “일본은 미국을 보호자로 여기는 만큼 이번 회담은 일종의 ‘순례’”라고 언급한 뒤 일본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군사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본은 미국을 지원할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