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탄 건설안전법, 노동계-건설업계 ‘희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를 계기로 그간 국회에 계류 중이던 ‘건설안전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발주에서부터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의 모든 단계에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해 불법 재하도급 등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노동계와 산업계의 반응이 엇갈린다.

모든 공사 주체에 책임 부여
민주·노동계, 신속 처리 공감
건설업계 “누가 사업하겠나”

23일 노동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건설안전특별법을 중점 법안으로 추진, 입법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건설현장 사고 감축을 위해 공사에 참여한 모든 주체에게 안전 책임을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을 신속하게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입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18일 열린 긴급 건설안전 점검회의에서 “오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되지만 건설산업에선 공정별, 시공단계별, 설계별 책임소재를 명시한 건설안전특별법의 시행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0년 9월 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모든 공사 주체들에게 안전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각 단계마다 공사 주체들이 안전관리 책임을 이행해야 하고, 이를 소홀히 해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건설사업자 등도 1년 이하의 영업정지나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여받는다.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법)과 내용이 겹친다는 지적 등으로 그동안 입법에 진전이 없었으나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동계는 건설안전특별법이 도입돼야 건설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불법 재하도급 등을 조금이나마 제재할 수 있다고 본다. 광주 사고에서도 장비 임대 계약 업체가 콘크리트 타설을 직접 진행하는 등 불법 재하도급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노총 부산본부 건설노조 허성태 부지부장은 “현행 법으로는 공사 현장에서 내부 고발자가 나서 신고하지 않는 이상 하청업체만 후려치는 재하도급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며 “단가 후려치기, 공기 앞당기기 등을 알고도 묵인하며 뒷짐만 지는 시공사나 원청사들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건설업계의 분위기는 절망적이다. 중대재해법 본격 시행에 맞춰 투입한 인력과 비용만 해도 벅찬데, 건설안전특별법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는 건설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 법을 아무리 만든다 한들 교통사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기존 법들과 중복되는 문제는 생각하지도 않고 무조건 새 법부터 만들고 보자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누가 국내에서 신규 건설사업을 하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