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승차 거부에 ‘내비’ 오류까지 이용객 “일반 택시와 뭐가 다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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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백택시’

“그렇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동백택시가 일반 택시랑 뭐가 다릅니까.”

부산 택시호출 공공플랫폼 ‘동백택시’가 출범한 지 50여 일 만에 택시 1만 6000여 대가 합류하는 성과가 나고 있지만, 시민과 택시 운전사 상당수가 ‘기대 이하’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단거리 승차거부, 내비게이션 오류로 인한 승객과 택시 ‘미스 매칭’ 등의 허점을 해결해야만 동백택시가 부산의 대표 택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운행 택시 66% 가입, 이용객 늘었지만
운전사가 선택하는 자율 배차로 단거리 외면
거리 상관없이 배차 ‘카카오T 블루’와 대조적
자체 개발 내비게이션 고객 위치 인식 못하기도
택시조합 “시민 불만 수용, 배차 중지 등 제재”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부산에서 운행 중인 택시 2만 4000여 대의 66%가량인 1만 6000여 대가 동백택시에 가입했다. 기존 대기업 택시호출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던 지역 택시 운전사들까지 참여하면서 동백택시 합류 규모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이용률이 높아질수록 동백택시에 대한 시민 불만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단거리 승차 거부가 대표적이다. 얼마 전 동백택시를 이용한 시민 이 모(48) 씨는 “동백택시의 단거리 손님들은 ‘찬밥 신세’가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퇴근길 동백택시를 잡기 위해 30분 내내 길거리에서 서성여야 했다. 수요가 몰리는 오후 9시께, 차로 15분 거리인 그의 목적지를 앱에 입력하자 어느 택시도 배차되지 않았다. 이 씨는 “짧은 거리는 안 가기로 담합을 한 건지 요금 5000원 정도 거리는 동백택시가 잡히질 않는다. 주변에 차가 없어서 그런가 싶어 일부러 더 먼 거리를 설정하니 그제야 택시가 잡혔다”며 “부산시민이 모두 잠재적 동백택시 이용자인데 단거리, 장거리에 따라 손님을 가려 받는다면 결국 일반택시나 동백택시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동백택시의 단거리 승차거부 문제는 ‘자율 배차’ 시스템에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카카오T 블루 택시 플랫폼에선 거리와 상관없이 무조건 배차가 이뤄진다. 승객이 승차한 이후 운전사가 목적지를 알 수 있는 구조다. 카카오T의 일반 택시의 경우도 운전사가 목적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단거리 승객을 거절할 경우 회사 측에서 운전사에 대한 평점을 낮게 매겨 좋은 콜 기회를 주지 않는다. 사실상 ‘강제 배차’인 셈이다. 반면 동백택시는 호출 수락 여부를 전적으로 택시 운전사에게 맡기는 자율적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와 장소에 따라 단거리 승객들을 가려 받는 택시가 생기는 것이다.

동백택시 운전사들은 내비게이션의 잦은 오류도 문제로 꼽는다. 운전사들은 동백전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만든 내비게이션을 보고 승객 위치와 목적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전혀 다른 위치가 떠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종종 생긴다. 택시 운전사 장 모(56) 씨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손님이 바로 배차를 취소해 한시가 급한데, 골목길 같은 후미진 곳에서는 내비게이션이 위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헤매다 허탕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부산개인택시조합 김호덕 이사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택시조합이 나서 ’단거리 배차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서비스 불친절 등이 제기되는 택시에 대해서는 배차 중지 등의 조치로 강력하게 제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석규열 택시운수과장은 “지난 두 달여간 동백택시 시행기간 동안 접수된 불만을 모아 오는 3월 말까지 시정에 나서기로 했다”며 “동백택시가 안전하고 편안한 부산시민의 택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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