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러시아 볼가강 인근 엥겔스 공군기지에서 투폴레프(Tu)-95 전략폭격기 두 대가 출격 전 대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벨라루스 등 우크라이나 접경지 인근으로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와 서방 간 전운이 최고조에 달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동유럽에 추가 병력을 배치하겠다고 거듭 밝힌 데 이어 미군도 파병 태세에 돌입했다. 세계 각국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과 80분간 화상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다. 이날 통화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등도 함께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될 경우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데 다시 한번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사태 해결을 위해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이번 통화에서 러시아 침공에 대비한 군사적 행동을 두고도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국방부 8500명 파병 태세 명령
나토, 동유럽 추가 병력 지원 검토
백악관-EU, 화상으로 대책 논의
각국 현지 대사관 직원 철수 명령
러, 전 해군 함대 동시 훈련 ‘시위’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군 8500명에게 파병 대비 태세에 돌입할 것을 명령했다. 전시 상황에 긴급 투입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토 국가들도 동유럽에 추가 병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토는 우크라이나 인근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에 탱크 등 군사장비와 4000여 명의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나토 진영의 군대 주둔 강화 방안에는 추가적인 전투부대 배치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미국 등 일부 국가는 현지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미국은 대사관 직원 가족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는 한편 비필수 인력의 출국을 허용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 호주 대사관도 일부 직원과 가족의 철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측은 타국의 조치를 시기상조라고 지적하며 아직 52개국의 대사관이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과 서방의 군사적 행동에 러시아도 발트함대의 출항을 발표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섰다. 러시아 서부군관구 공보실은 “20척의 발트함대 소속 군함과 지원함 등이 훈련을 위해 발트해로 향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경제적 영향도 주목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AFP통신에 “이번 주는 미국 거대 기술기업의 실적,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맞물려 향후 시장의 흐름을 가름하는 매우 중요한 기간”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