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도서관에서 생긴 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가 지난해 연중기획으로 선보인 ‘우리 시대의 소설’을 보면서 따라 읽기를 하는 중이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 소속 평론가 150여 명에게 생존 작가의 소설 가운데 10편씩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 뒤 별도로 꾸린 선정위원회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50편을 확정했다. KBS는 작가 인터뷰와 함께 매주 한 편씩 소개한다. “문학사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 두 번째는 시대적 맥락, 세 번째는 작품성”을 선정 기준으로 했다는 관계자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출판 연도가 꽤 오래된 책도 있다. 그래서 도서관을 찾을 일이 더 많아졌다.

그중 한 권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생각보다 책 상태가 안 좋았다. 색이 바랜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빗물인지 뭔지 모를 얼룩이 크게 져 있었다. 1998년에 나온 책이었다. 그만큼 오래된 책이고, 숱한 사람들의 손을 타서 그렇겠거니 하면서도 찜찜했다. 그러다 집에서 같은 제목의 책을 찾았다. 예전에 용달차로 한 트럭 작은 도서관에 책을 기증한 적이 있어서 그때 딸려 갔나 싶었는데 용케 집에 있었다. 빌린 책을 반납하면서 내 책도 가져갔다. 출판 연도는 초판(1993년)이어서 더 오래됐지만, 직원이 보기에도 책 상태는 도서관 것보다 나은 것 같다며 두고 가라고 했다.

다음 날 직원이 전화했다. 자기네 도서관은 분관이어서 본관에 문의했는데 “문학 도서는 5년 이내 출판 도서”라야 기증받을 수 있단다. 도서관 입장에선 당연히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도서관 책이라도 교체할 수 없겠냐”고 요청했다. 그 직원은 “이 책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힘들다”고 말했다. ‘분관’ 직원과 입씨름해 봐야 별 뾰족한 수가 없을 듯해서 “도서관 홈페이지에라도 글을 올려 보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다음 날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 책은 구입할 방법이 생겼습니다. 책은 도로 가져가셔도 됩니다.”

그 일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감염 우려로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서 도서 대출이 증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25일 부산시민도서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대출 도서는 49만 5934권으로 2020년 대비 40.3% 늘었다. 1인 평균 대출 도서 수도 3.7권으로 증가했다. AI 기반 도서 추천 서비스도 새로 시작했단다. 인터넷으로 바로 시도했더니 에릭 로메르의 <은밀한 개인주의자>를 추천한다. 책을 찾아보니 2021년 5월 발간이다. 다행이다. 오래된 책은 아니라서. 뒤끝 작렬이라고 해도 좋다. 책은 책답게, 읽을 정도는 되야 하지 않겠는가.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