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에 떠넘기기 옛말… 민간·공공 안 가리고 최고 책임자 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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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D-1] 어디까지 처벌되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공공기관, 기업 등이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재해예방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정종회 기자 jjh@

이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뿐 아니라,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의 장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적용 대상에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 책임 범위를 대폭 넓히고 형사처벌을 강화해 중대재해 고리를 끊어 버리겠다는 것이 법 시행의 취지이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27일부터 개인사업주, 법인,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사고에 따른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화학물질 등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 3명 이상 발생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최상위 책임자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다. 의무 위반과 책임, 사고 사이에서의 인과성과 고의성이 인정된다면 대표와 법인이라도 모두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사업장 최상위 책임자 제재 대상
공공기관장까지 처벌 대상 확대
법인도 별도로 50억 이하 벌금
원청·하청 책임 비중 등은 모호


중대재해사고 사망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잘못이 인정될 경우, 법원은 징역 1년 이상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처벌을 내릴 수 있다. 경영책임자는 손해액의 최대 5배에 해당하는 배상책임도 져야 한다. 법인에는 따로 50억 원 이하의 벌금도 부과된다. 처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형이 확정된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은 해당 회사를 중대재해법 위반사로 1년간 공표하게 된다.

앞으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사업장은 고강도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중대재해법에 따른 사업주의 잘못을 입증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 조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서 1차 조사를 한 뒤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이 추가 수사를 이어가게 된다. 여기에 더해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도 기존 산업안전관리법,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조사에 착수한다.

이달 11일 광주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발생했지만, 시행 이후 발생했다면 HDC(현대산업개발)는 이 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된다. 사고 전 징후가 여러 차례 관측됐고 부실시공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건설 사업을 총괄하고 권한과 책임이 있는 HDC의 경영책임자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예방과 안전보건조치의 책임 주체를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로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대재해 발생 시 원청과 하청 간의 책임 비중 문제와 고용 관계에 따른 책임 범위 등은 세부적으로 정해진 매뉴얼이 없다. 사고마다 원인, 환경, 고용 관계 등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과 법원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앞으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현장이 사실상 ‘올스톱’되고 대표까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면서 기업과 건설사는 물론 각 광역지자체, 경찰도 대책 수립에 분주하다. 부산시는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 주재로 ‘산재사망 0(제로) 도시 부산’을 목표로 한 산업재해예방 대책회의를 열었다. 시는 ‘부산시 중대산업재해 예방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산재사망 감축을 목표로 향후 2026년까지 관련 정책에 33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꾸준한 보완이 필요하고 사각지대가 없는 법 적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부산노동권익센터 박진현 주임은 “인과관계 규명 등과 관련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애매모호한 조항은 보완이 필요하다. 안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법인 만큼 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는 꾸준히 조명되어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재해도 없고 처벌도 없는 사회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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