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죽었지만 고독사 아니다?… 모호한 기준에 판단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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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 고독사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명확한 세부지침조차 없어 구군별 집계 방식이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한다면 제대로 된 고독사 예방 대책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서구청은 지난 12일 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홀로 숨진 70대 A 씨(부산일보 1월 17일 자 8면 보도)를 고독사로 분류하지 않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부산시는 고독사의 기준을 ‘사회적으로 고립돼 살다가 숨진 지 3일 이후에 발견된 1인 가구’라고 보는데, 서구청은 A 씨가 ‘사회적 고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아들이 시신을 인계했고, 인근 상인이 지난달 복지서비스를 대리 신청해줬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부산 서구, 70대 사망자 불인정
‘사회적 고립 + 3일’ 부산시 기준
복지부 규정보다 조건 까다롭고
집계도 구·군별 자의적 해석 여지
현실 동떨어진 ‘통계 부실’ 우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준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A 씨의 사망 시점은 발견 사흘 전으로 추정됐다. 사망 10일 전이 마지막 외출이었고 보름 동안 수도를 사용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보건복지부가 통상 3일이 지난 후 발견된 죽음을 고독사로 보는 기준을 적용하면 A 씨는 고독사에 해당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여기에 사망 전 전화, 외출 등 사회적 고립 여부를 추가로 판단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회적 고립’을 판단하는 명확한 업무 지침도 없다보니 구군별로 실태조사도 제각각이다. 부산시는 지역사회 지지체계를 포함해 평균 1주일에 1회 미만 소통 정도를 사회적 고립으로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무엇을 ‘소통’으로 볼 것인가는 각 지자체 판단에 맡겨져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구에서는 고독사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변사 159건 가운데 3일 이상 지나 발견된 사례가 다수 있었다는 서부경찰서 측 설명과도 차이가 있다.

반면 부산진구에서는 지난해 부산 전체 고독사 14건 가운데 절반인 7건이 발생했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사회적 고립 여부를 직원들이 파악하기 어려워 3일이 지난 시신을 발견하면 전부 부산시에 보고하고 있다”면서 “부산시 통계에서 유독 우리 구만 높아 의아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부산시 고독사 통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의 고독사는 2017년 40명 수준에서 지난해 14명으로 최근 5년간 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김도읍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무연고 사망자는 2016년 135명에서 2020년 344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통상 무연고 사망자 통계로 고독사 실태를 유추하는 것을 감안하면 부산시와 반대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이렇듯 현실과 다른 통계가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경우 통상 3일 이상이 지난 시신을 고독사로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자칫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부산시의회 박민성 시의원(더불어민주당, 동래구1)은 “3일이 지나 시신이 발견되면 일단 고독사로 분류한 뒤 이후 고인의 사회적 고립도를 분석해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는 세부적 지침을 만드는 순서가 맞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제대로 된 실태조사와 통계가 있어야 실효성 있는 대책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탁경륜·나웅기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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