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얼음골에선 차가운 하늘을 쫀득쫀득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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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한천테마파크

밀양시 산내면 논바닥 위에서 한천이 건조되고 있다. 추운 겨울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이다. 오른쪽 뒤에 자리한 건물은 밀양한천테마파크의 한천판매장과 한천레스토랑.

지금은 뒷전으로 많이 밀려났지만 ‘맛있는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우무콩국이었다. 얼음을 동동 띄워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도 별미였지만,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우무의 식감이 먹는 재미를 더했다. ‘한천’이라고 하면 생소하게 느낄 사람이 많겠지만 ‘우무’는 많이들 들어 봤고 또 먹어 봤을 것이다. 그 우무를 건조시킨 것이 한천이다. 지금 경남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에는 추운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이 펼쳐져 있다. 추수가 끝난 논바닥 위에서 한천이 ‘밤엔 얼고 낮엔 녹고’를 반복하고 있다. 한천이 궁금해졌다면 ‘밀양한천테마파크’로 가 보자.

추수 끝난 논바닥서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이색 풍경
‘식이섬유의 왕’ 한천의 모든 걸 담은 한천박물관
맛있는데 저칼로리… 한천 요리 식당과 제품판매장
아이와 함께 젤리와 양갱 만들어 보는 한천체험관


■한천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한천박물관

한천테마파크에는 한천박물관, 한천체험관, 한천판매장 ‘한천본가’, 한천레스토랑 ‘마중’이 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즐길거리는 충분하다. 넓은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한천박물관·체험관, 한천판매장·레스토랑 건물이 마주 보고 있다.

한천박물관은 한천의 발견부터 역사, 변천, 제조 과정 등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밀양 한천의 원료인 우뭇가사리는 제주 바다에서 온다. 바위틈에서 자라기 때문에 해녀들이 손으로 채취한다고 한다. 박물관에서는 우뭇가사리를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한천은 74% 이상이 식이섬유로 이루어져 있어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양상추·고구마·현미·우엉·다시마보다 식이섬유 함량이 더 높아 ‘식이섬유의 왕’이라 불린다.

전시물 중 ‘세종대왕과 한천 이야기’가 재미있다. 세종은 많은 질병에 시달렸는데 비만·고혈압·고혈당·지질이상 같은 생활습관형 질병이었다고 한다. 어의는 처방식으로 ‘우모전과’를 올렸는데, 우모전과는 응고된 우무를 다시 삶아 꿀과 산초가루를 넣고 끓여 엉긴 것이다.

박물관에는 한천 제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미니어처가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각한천을 포장할 때 쓰는 포장기, 각한천 건조틀, 건조대, 실한천을 만들 때 쓰는 천통 등 한천 제조 도구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를 동반했다면 박물관 전시실에 비치돼 있는 퀴즈지를 꼭 풀자. 스티커 붙이기와 낱말풀이를 끝내고 판매장에 제출하면 사은품을 준다. 직접 젤리를 만들 수 있는 한천과일젤리믹스와 양갱이 들어 있다.



■한천 맛 좀 볼래, 한천판매장·한천레스토랑

한천이 무슨 맛인지 또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한천레스토랑 ‘마중’으로 가면 된다. 이곳에선 한천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만날 수 있다. 메뉴는 돈까스류·면류·밥류 등 취향껏 골라 먹을 수 있게 구성돼 있다.

한천곤약이 들어간 한천메밀비빔면과 곤약야채비빔밥, 각한천을 넣은 우동 등 색다른 ‘한천 맛’을 볼 수 있다. 식전에 내주는 ‘후루룩우무’는 모밀 다시에 우무묵이 들었다. 새콤하고 짭짤해 입맛을 훅 당긴다. 양파절임에 올려진 각한천을 씹는 식감도 재미있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기가 막힌 ‘뷰’가 더해진다. 가지산 파노라마 풍경 아래 한천 건조장이 펼쳐진다. 거대한 한천 물결이 흐르고 있는 듯하다. 겨울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한천뷰’이다.

한천판매장에서는 다양한 한천 제품을 살 수 있다. ‘한천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뭐 별거 있겠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종류의 식품이 진열돼 있다.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한천(각한천, 실한천, 분말한천, 우무용 분말한천, 곤약한천 등)은 기본이다. 쫀득하고 달콤한 젤리와 부드러운 푸딩, 바삭한 모나카도 있다. 양갱은 베스트 상품. 팥양갱, 검은깨양갱, 고구마양갱, 제주녹차양갱, 쑥양갱 등 골라 먹을 수 있다. 집에서 간단히 곤약묵을 만들어 회처럼 먹을 수 있는 회곤약분말, 한천을 넣은 스프, 쾌변을 돕는 레몬맛 한천차도 있다.

판매장 한편에는 시식 코너가 마련돼 있다. 회곤약, 젤리, 푸딩 등 시식 제품은 그날그날 달라진다.



■내손으로 젤리·양갱 만들어 볼까, 한천체험관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이 조리대 앞에 섰다. 조심조심 계량컵에 물을 따라 냄비에 붓고 설탕과 곤약 분말을 넣는다. 거품기로 잘 저어 주고 끓인다. 플라스틱 칼로 황도와 파인애플을 썰어 틀에 넣는다. 끓인 젤리물을 틀에 붓고 20분 정도 굳히면 ‘구슬젤리’ 완성. 아이들은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한천에 대한 지식을 쌓고 다양한 맛을 즐겼다면 이렇게 몸으로 체험해 볼 수도 있다. 한천체험관에서는 한천을 이용해 젤리와 양갱을 만드는 체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 코스’는 밀양한천테마파크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빈자리가 있다면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양갱으로 작품을 만드는 ‘창의력 양갱 꾸미기’와 젤리바·한천젤리·구슬젤리·곤약젤리 중 하나를 만든다.

체험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체험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5회 이뤄진다. 시간별로 프로그램이 정해져 있다. 한 회 정원이 11명뿐이라 주말엔 예약하는 게 좋다. 체험비는 1인당 1만 2000원이며 아동 1명당 보호자 1명 동반 가능하다. 인터넷으로 예약했더라도 판매장에서 접수를 해야 한다. 체험 후에는 수료증과 인증 사진을 준다. 양갱 만들기는 평일에만 운영하며, 전화로 사전 문의해야 한다.

밀양한천테마파크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레스토랑 ‘마중’은 오후 5시 10분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 이번 설 연휴 중 1월 31일과 2월 1일은 휴무이며, 2월 2일 수요일부터 정상 운영한다.

글·사진=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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