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높지만 관련 정보는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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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인식도 조사

우리나라 사람들은 치매를 부끄러운 질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치매 환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치매에 대한 관심은 높으나 정작 치매 관련 정보는 잘 모르고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치매에 대한 인식이 낮을 경우 치료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치매 정보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치매, 부끄럽지 않아

의료법인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주관연구책임자 이수영 교수)은 중앙치매센터의 의뢰를 받아 우리나라 국민의 치매에 대한 인식 및 태도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치매 인식도 평가도구 마련 및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2021년 10월 12~22일 사이에 전국 17개 시도의 19세 이상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부산의 응답자는 80명으로 전체의 6.7%, 경남은 77명으로 6.4%였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치매를 남의 일이 아니라 나중에 직접 겪게 될 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 ‘관심이 있다’는 비율은 72.8%로 집계됐다. ‘관심이 없다’는 비율은 27.2%에 머물렀다. ‘치매가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87.1%로 나타나 ‘그렇다’는 응답(12.9%)보다 74.2%p 높았다.

‘나는 치매 환자와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55.4%가 ‘아니다’라고 응답해 ‘그렇다’는 응답(44.6%)보다 10.8%p 높았다. 또 ‘나는 치매 환자와 연관되고 싶지 않다’는 질문의 경우 ‘아니다’라는 응답이 50.2%로 과반을 넘어 ‘그렇다(49.8%)’보다 0.6%p 높았다.



■환자 지원, 보람 있는 일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의 절대 다수는 치매 환자를 돕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다’는 질문에 대해서 69.1%가 ‘그렇다’고 대답해 부정적인 답변(30.9%)보다 배 이상 많았다.

‘나는 치매 환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줄 것이다’는 질문의 경우 90.1%가 ‘그렇다’라고 대답했고, ‘주변에 치매 환자가 있다면, 치매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96.1%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치매 환자 가족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치매 환자의 가족은 절망스러울 것이다’라는 질문에 77.9%가 ‘그렇다’고 대답해 ‘아니다’는 응답(22.1%)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치매 환자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물었을 때 ‘그렇다’는 응답 비율은 무려 95.9%에 이르렀다. ‘치매 환자도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는 질문에는 86.5%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치매안심센터 잘 몰라

치매 정보 취득 경로에 대해서는 TV, 라디오라는 응답이 36.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터넷 기사(32.8%), 지인(10.7%), 보건소·치매센터·병의원·복지관(8.1%), 신문·잡지 같은 인쇄매체(3.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치매와 관련해서 알고 싶은 정보의 경우 ‘예방 및 치료’라는 응답이 70.6%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환자와 가족지원 제도(56.2%), 원인 및 증상(51.5%), 환자와 소통하거나 돌보는 법(47.0%), 환자나 가족을 도와주는 법(45.4%), 진단 방법(43.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3분의 2 이상은 치매 지원시설인 치매안심센터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안심센터를 안다고 대답한 비율은 겨우 32.0%였다.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한 경험은 더 낮아 10.1%에 불과했다.



■치매 이해 꼭 필요해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치매에 대한 인식, 이해가 부족할 경우 치매 증상이 존재하더라도 조기검진, 진료를 받지 않거나 치료 등 치매 지원 체계를 거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거꾸로 치매의 원인, 증상 등 질병 특성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있을 경우 치매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지병원 보고서는 “치매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조기진단이나 예방활동, 치료처럼 건강을 추구하는 행동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증상이 존재하더라도 방치하거나 조기에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치매의 경우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이루어질 때 질병의 경과를 1-2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치매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것은 치매 악화로 인한 입원이나 입소를 감소시키면서 사회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국민들이 치매환자로부터 받는 두려움에 주목해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치매환자들도 사회 일원으로서 지역주민과 융화되어 생활하는 모습에 대한 홍보, 교육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치매환자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전달도 꼭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치매가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치매 환자와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은 치매와 치매환자에 대한 두려움, 비수용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꾸로 치매환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답변이 많다”면서 “치매환자를 어떻게 지원하고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정보전달이 잘 이루어진다면 치매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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