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메가시티 성공 출발, 지역 정치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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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사회부 행정팀장

“차라리 저희한테 다 맡기면 좋겠습니다.”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의 산파 역할을 맡은 부울경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 관계자의 토로다. 이 문제에 관여하는 부산·울산·경남 고위 공직자들도 비슷한 심정이다. “(특별지자체 관련) 회의에 가면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거나 “정부가 2월 출범을 너무 밀어붙인다”고 하소연이다.

부울경 특별지자체 출범은 행정과 정치가 얽히고설킨 문제다. 행정가들이 그동안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치며 출범 준비를 해 왔고, 이제 지역 정치권에 공을 넘겼다. 현 시점에서는 그 중 3개 시·도 광역의회가 단연 결정의 주체다.

특자체 출범, 공은 지역 정치권에
핵심 사안마다 이견…‘불안 불안’
고비 넘어 협력 논의 틀 만들 기회로
첫걸음 빠르게 내디딜수록 효과 커

특별지자체 구성과 행정 사무 전반을 규정하는 규약부터 3개 시·도 의회를 모두 통과해야 후속 절차가 진행된다. 규약 마련 후에도 특별지자체 단체장과 통합의회 의장 선출, 각 시·도 예산 분담, 각종 추진 사업 결정 등은 3개 시·도 의회 대표들로 구성된 통합의회가 맡아 풀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논의의 흐름은 위태롭기만 하다. 부울경 대표들이 모였다 하면 살얼음판 위를 걷는 상황이 빚어진다고 한다. 지난 14일 3개 시·도 의회 대표단 회의가 그랬다. 참석자들이 통합의회를 3개 시·도 각 9명씩으로 균등배분해 구성하기로 합의한 후 논의가 청사 소재지 문제로 넘어가면서 이견이 터져나왔다. 팽팽한 신경전 끝에 청사 논의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청사, 단체장, 의회 의장을 하나씩 나누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사안마다 3개 시·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여야 간 정파 대결 성격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정치인의 정치적 입지도 얽혀 있다. 지역 정치의 영역에 들어서면서 메가시티 논의가 점점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돼 가는 분위기다.

3개 시·도 내에서는 또 다른 갈등이 번지고 있다. 경남에서는 통합의회 구성안에 대해 반발이 나왔다. 도의회 일각에서 경남이 울산에 비해 의원정수가 3배에 달하는데 통합의회 동수 구성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하고 나섰다. 울산은 대등한 광역지자체끼리 당연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경남은 제 몫을 놓칠 판이라 보는 반면 울산은 떡 던져준 듯 굴지 말라는 식이다.

서부경남에서는 경남에 특별지자체 청사가 들어서면 도청을 진주로 옮겨 달라는 요구가 터져나왔다. 도청 소재지인 창원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맞선다. 메가시티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울산에선 청사도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2월 출범’을 못 박은 정부 추진 일정을 바라보는 지역 정치권의 셈법도 다르다. 여당 정치인에게 특별지자체 출범은 현 정부 균형발전 정책의 성과일 수 있지만 야권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대놓고 얘기는 못해도 선거 이후로 출범을 늦추자는 이들도 있다.

국내 1호 메가시티를 추진하는데 3개 시·도 간 진통이 없을 수 없고, 꼭 나쁘다고 볼 수만도 없다. 시·도민의 뜻을 모으고, 이해를 조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체 시·도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해법을 찾는 일 역시 지역 정치권의 숙제다.

무엇보다 지역 정치권이 이번 고비를 상생과 협력의 논의 구조를 만드는 기회로 바꿔 내기를 기대한다. 특별지자체 출범은 제대로 된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출발선일 뿐이다. 메가시티 모양만 갖춘다고 저절로 성공이 따라오지 않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도 무수한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다. 3개 시·도가 매번 갈등해서는 제대로 나아갈 수 없다.

부울경은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를 열기 위해 앞장선 대표 주자다. 균형발전이라는 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아내고 나아가 동북아 8대 광역권으로 성장하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발걸음을 내디뎠다. 연합 형태의 특별지자체도 어느 시점에서는 완전한 행정통합으로 나아가야 할 수도 있다. 지역 정치권은 이 과정에서 시·도민을 설득하고, 중앙 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이양받기 위한 첨병 역할도 맡아야 한다. 3개 시·도가 서로에게 각을 세울 힘마저 모아두어야 할 지난한 과제다.

개인적으로 특별지자체 출범은 빠르게 진행될수록 득이라는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초광역협력체제 구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 13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정부는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회복에 올해 30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메가시티의 첫 과실이다. 이를 최대한 확보하려면 지역 정치권이 갈등하고 있을 시간도 없다.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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