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장관 실형… 부산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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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을 물러나게 했다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유죄로 확정되면서 ‘오거돈 블랙리스트’라 불리는 부산시 공공기관장 사직서 제출 종용 사건에도 관심이 쏠린다. 환경부 사건이 부산시청 사건에 직접적인 사실 관계나 핵심 증거를 보탤 수는 없지만, 사실상 같은 형태의 사안인 만큼 부산시청 안팎으로는 불안감이 고조된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안철상)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받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신미숙(55)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은경 전 장관 징역 2년 확정”
대법, ‘원심 유지’ 판결 내려
‘공공기관장 사직서 제출 종용’
유사 사건 진행 부산시도 긴장
검찰 핵심 증거 확보가 관건

두 사람은 2017∼2018년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아내고, 공석이 된 후임 자리에 청와대나 환경부가 점찍은 인물들을 앉힌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공공기관 임원 13명에게 사직을 요구했다고 봤다. 1심에서는 이 가운데 12명에 대한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으나 2심에서는 4명에 관련한 부분만 혐의가 입증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밝혀 원심 판결이 유지됐다.

부산에서도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유사한 사건이 진행 중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부산시 공무원들이 부산시 산하 25개 공공기관·공기업 임원 40여 명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하며 이들을 찍어내려고 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2019년 4월 부산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자유한국당 측은 혐의가 분명하다고 판단한 부산시 국장급 공무원 2명을 포함해 공무원 6명을 고발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2년 6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 부산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검사 최혁)는 검사와 수사관 등 10여 명을 보내 부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기획조정실장 사무실 등에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컴퓨터 파일과 문서 자료 등을 수색했고, 벡스코 기획조정실에서도 PC 등을 압수했다.

‘오거돈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같은 형태의 사안인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부산시청 안팎으로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관건은 검찰이 핵심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있다. 사직서 제출 종용을 입증할 문건 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책임을 따져묻기가 쉽지 않은 종류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김 전 장관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1심 재판이 1년 10개월에 걸쳐 모두 22차례나 열리는 등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졌다.

당시 의혹을 받던 공무원 대부분이 자리를 옮기거나 퇴직한 상태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펼친 탓에 핵심 증거 찾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2019년 고발장을 접수했던 곽규택 변호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의혹 폭로 직후에 수사를 했기 때문에 관련 증거들이 제대로 확보가 됐을 것”이라며 “부산시 사건의 경우 검찰이 핵심 증거를 제대로 확보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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