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양육시설로 간 미술 “너만의 우주를 펼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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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락원 스튜디오 아트 앤 뮤직에 기증된 이정윤 작가의 설치작품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아래 사진은 희락원 스튜디오에 전시된 ‘달밤 드로잉’과 이정윤 작가. 희락원 제공·오금아 기자

아동양육시설에 미술이 배달됐다.

부산 금정구 노포동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희락원은 지난달 28일 ‘스튜디오 아트 앤 뮤직’ 개소식을 가졌다. 지하 강당을 개조해 음악 교육 등 장소로 이용하는 동시에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예술가가 기증한 작품, 아이들과 함께한 예술 체험 프로젝트 작품이 같이 전시된다.

금정구 사회복지법인 희락원
‘스튜디오 아트 앤 뮤직’ 개소
이정윤 작가 작품 기증 체험공간
아이들 3년 작업 결과물 전시도

‘희락원 아트홀’ 탄생에는 설치미술가 이정윤 작가가 큰 역할을 했다. 코끼리 작가로 유명한 이 작가는 대형 설치작품을 기증했다. ‘너만의 파도를 만들어’는 지난해 여름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 ‘웨이브 스플래시!’전에 이어 금샘도서관 개관 기념 전시에서도 선보인 작품이다.

이 작가는 “전시가 끝나고 어느 기관에 영구 설치할까를 고민하던 중 희락원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희락원 측도 환영했다. 스튜디오 공간과 아이들 키에 맞춰 작품의 높이를 낮췄다. 작품 이동과 재조립까지 작업실 붐빌의 동료 작가들과 평소 거래하던 목공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이 작품 안에서 아이들은 악기를 배우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이 작가가 희락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이 작가는 2019년 무용·스트리트댄스·문학 등 여러 분야 예술가들과 다원예술 여름 캠프 ‘아트 트렁크 프로젝트-희희락락 예술여행’을 희락원에서 진행했다.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 프로그램을 지속할 방법을 찾았고, 부산문화재단의 2021 예술인파견지원사업 지원을 받았다.

이 작가는 신나고, 빛나고, 즐겁고, 또 즐거운 미술을 배달하는 ‘희희락락 아트 트렁크’라는 이름으로 빛 그림자 모빌 등 다양한 예술 체험 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나이·취미·학습 태도 모두가 다른 희락원 아이들이 서로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로 수업을 못 할 때는 교육 프로그램 키트를 만들어서 보냈다.

예술 체험 수업은 아이들이 예술에 눈뜨게 했다. 희락원 박소앙 부원장은 “아이들이 ‘저건 현대미술의 어느 장르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을 할 정도로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생겼다”고 변화를 소개했다. 아이들은 알아서 척척 물감으로 조색을 하고, 도와줄까 물어도 ‘제가 할게요’라며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냈다. 박 부원장은 “이렇게 도전 의식을 키우고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프로그램이 아동양육시설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관한 스튜디오는 이 작가와 아이들이 함께한 지난 3년의 결과물을 같이 전시한다. ‘열다섯 우주’는 물감을 붓고 흘리는 푸어링 기법으로 나만의 추상화를 만든 것이다. 이 작가는 “너에게는 너만의 우주가 있다, 옆 사람과 비교할 필요 없이 너만의 세계를 펼쳐가면 된다고 말했는데 아이들이 바로 이해를 하더라”고 했다.

길이 10m가 넘는 ‘달밤 드로잉’은 지난해 11월에 제작한 작품이다. 달밤에 옥상에서 24개월 막내부터 사회복지사 선생님까지 희락원 가족 모두가 온몸에 물감을 묻혀가며 완성했는데, 대가의 작품만큼 멋지다. ‘지금은 강당에 전시되었지만 나중에는 세계 박물관에 전시되길 바래요.’ 스튜디오 입구 전시 포스터에 쓰인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 작가는 작품 위에서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랐다.

이 작가는 전시 기획자로도 활약 중이다. 그는 사회 활동에 관심이 있는 예술가의 재능이 쓰일 수 있게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작가들이 지역에서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것을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예술가를 계속 보면서 자라면 예술적 시각이 남다른 아이로 자라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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