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지정 해제 예탁결제원, 균형발전 의무 이행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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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서 빠진 예결원, 파장은?

한국예탁결제원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되면서 향후 파장에 부산시와 지역 금융기관의 관심이 쏠린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경영평가를 받고 국정감사도 받아야 하는 등 매우 엄격한 감시를 받는다. 특히 지역 이전 공공기관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하게 돼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되면 이런 의무조항이 모두 사라진다.

지역인재 채용·지역공헌 활동
경영평가·국감 등 의무조항 상실
예고·의견수렴 없는 무책임 비난
시 “손실 막을 방안 마련할 것”

이 때문에 부산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연 앞으로 예탁결제원이 지역공헌활동과 지역인재 채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산 본사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인지, 아니면 명목상 부산 본사 기관으로 남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어떠한 예고나 지자체 의견 수렴도 없이 갑작스럽게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한 데 대해 매우 무책임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2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예탁결제원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해 매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은 그동안 이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올해 신년사에도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었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공공기관 지정 해제의 타당성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온 것과는 대비되는 내용이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어 공공기관 연봉 1위로 많이 알려진 예탁결제원은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으로 불린다. 직원 수는 현재 774명이다.

그런데 예탁결제원의 지위와 관련해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다. 혁신도시법상 이전 공공기관은 지방인재 채용, 지역기여 등 법에 근거한 조항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예탁결제원이 이전 공공기관이었기 때문에 이 조항에 계속 적용을 받는지, 아니면 이제 공공기관이 아니어서 구속받지 않는지가 불투명하다.

국토교통부와 부산시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이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거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고, 부산시 관계자도 “지금 현황 파악 중인데, 선례가 없는 일이어서 지금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예탁결제원은 매년 지역 인재를 30% 채용하고 있으며 다른 이전 공공기관과 함께 부산 사회적경제 지원 기금 40억 원을 조성해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해제되더라도 혁신도시법에 따라 지역 인재 채용이나 사회공헌 사업 규모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지역에 본사가 있는 만큼 부산시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및 예탁결제원과 체결한 경영협약 등에 근거해 관리·감독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원칙적인 차원의 언급에 불과하다. 예탁결제원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들도 모두 정부의 관리·감독을 이미 받고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의 경우 2015년에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된 적이 있다. 당시 거래소는 방만 경영으로 지적되던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거래소가 허용되면서 거래소의 법적 독점 지위가 사라진 것이 해제 사유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대체거래소는 생기지 않았다.

예탁결제원의 전자등록업무도 독점업무에서 제외됐지만 전자등록업무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다른 업체가 쉽게 진출하기 어렵다. 부산시 관계자는 “당장이야 예탁결제원의 지위와 관련해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져 지역에 손실이 될 수 있다. 지역 정치권과 협의해서 손실을 막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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