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탓, 설 밥상 이슈에 못 오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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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닷새간의 긴 설 연휴 밥상머리에서 대선 이슈는 거의 실종됐다. 캠프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최대 분수령인 이번 설에 총력전을 기울이며 ‘민심 대이동’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은 가족끼리의 만남에서도 입을 닫았다.

관심을 모았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양자 토론이 무산된 데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결 속에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가족들에게조차 밝히기를 꺼리는 분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후보 모두 뚜렷한 흠결에
가족끼리도 지지후보 언급 꺼려
여야 모두 설민심 아전인수 해석

수도권의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부산 출신의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연휴에 사흘간 본가에 머물렀지만, 정치나 선거 이야기는 일절 없었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지만, ‘검찰주의자’에 ‘정치초보’ 딱지가 붙어있고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논란도 많은 윤 후보 지지의사를 알리기에는 민망한 감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부모님도 ‘포퓰리스트’에 대장동 의혹과 가족 문제 등 약점이 많은 이재명 후보를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서 언급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진구 부전동에 사는 40대 최 모 씨도 “가족 만남에서는 물론 모처럼 이뤄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가십성 이슈 정도만 이야기가 나왔을 뿐, 선거와 관련한 깊은 이야기는 없었다”며 “흠결이 많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기에는 친구끼리도 어색했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은 ‘아전인수’식 설 민심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 잘하는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우상호 총괄선대위원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론은)대체로 정권교체도 좋으나 일 잘하는 사람은 이재명 후보가 아니냐, 위기 극복 면에서도 검사 생활만 한 분보다는 행정 경험이 있는 이 후보가 더 잘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우세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에 대한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언론에 “민심이 현 정권에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다”며 “제발 정권교체 좀 하라고 큰 소리로 역정을 내시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희경·민지형 기자 hi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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