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우울한 아이들에게 ‘엘사’ 분장해 큰 웃음 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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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 부산 동성초등학교 교장

코로나19가 막 창궐하던 2020년 4월. 전국 모든 곳이 우울했지만 학교 현장은 유독 우울했다. 학생들은 교실 대신 컴퓨터 앞에서 친구들을 마주해야 했다. 낯선 원격 강의는 아이들, 학부모. 선생님 모두에게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한 초등학교의 개학식은 특별했다. 전례 없는 비대면 개학식에 학생들의 ‘아이돌’인 겨울왕국 엘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엘사는 일회용 스프레이 눈을 맞으며 학생들이 없는 학교 곳곳을 누볐다. 겨울왕국 배경 음악에 맞춰 엘사는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엘사를 본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엘사는 다름 아닌 이 학교 교장인 박형규(62) 부산 동성초등학교 교장이었다. 교장 선생님의 파격 변신에 학생들은 박장대소했다.


교내서 겨울왕국 음악 맞춰 연기 인기
개학식 유튜브 영상 100만 회 육박
학생들 눈높이 맞는 교육에 늘 고민

박 교장은 “코로나19로 우울한 시기에 학생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엘사 분장을 기획하게 됐다”며 “이 정도로 유명해질 줄은 몰랐다”며 웃어 보였다.

박 교장의 엘사 분장은 학교뿐 아니라 SNS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학교에서 올린 온라인 개학식 유튜브 영상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학부모, 졸업생, 예비교사를 막론하고 교장 선생님의 헌신에 열광했다. 유튜브 조회 수는 100만 회에 육박했다. 각종 언론에서도 인터뷰가 쇄도했다.

박 교장은 “동기 교사의 단체 대화방엔 영상을 본 선생님들의 연락이 쏟아졌다”며 “학교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최선을 다해 영상을 만들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된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영상을 찍은 이후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교장 선생님 가운데 한 명이 된 박 교장이 영상을 찍게 된 데는 학교가 예전 같지 않았던 점이 크게 자리했다. 코로나19로 학교가 교육 현장으로 역할을 못 하면서 조금 더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박 교장은 “학생들이 개학을 기다리는 감정, 수고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엘사 연기를 했던 것 같다”며 “많은 분이 엘사 2탄은 없냐고 하는데 아무래도 또 찍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손사래 쳤다.

박 교장은 올해 정년 퇴임을 앞두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몰두해 있다. 박 교장이 수십 년간 교육 현장에서 느낀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교육 효과가 학생들에게는 매우 크다’는 믿음 때문이다.

박 교장은 “학생들은 온라인이 아닌 학교라는 공간에서 사회도 배우고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 얼굴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로 인해 매우 제한적인 교육 환경이지만 학생들 편에서 최선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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