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K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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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넷플릭스에서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부산행’을 시작으로 시리즈 ‘킹덤’에 이어 또 한 번 전 세계는 ‘K좀비’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좀비란 살아 있는 시체를 말한다. 서인도 제도의 부두교 주술사가 마술적인 방법으로 소생시킨 시체에서 유래된 말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썩어 있고 의지도 없다. 암흑 속에서도 보이며 무거운 죄를 지은 인간이 그 형벌로 좀비가 되었다는 말도 있다.

물론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지만, 소설과 영화에서 공포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활용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세계 최초의 좀비 영화는 1932년 흑백영화인 ‘화이트 좀비’이며 이후 여러 편의 영화가 나왔지만 인기 있는 장르가 아니었다. 오히려 늑대인간 또는 뱀파이어 같은 가상의 존재들이 더 인기를 끌었다. 그러던 것이 1968년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을 통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우리의 이웃이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죽고 그 시체가 다시 소생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괴물로 변한다는 발상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좀비 영화, 좀비 소설은 주로 서구권에서 만들어졌고 소비되었다. 상투적으로 변해 가는 좀비 영화에 새로운 활력을 준 것이 K좀비이다.

한국 영화에서 등장하는 좀비는 기존 서구권 영화 속 좀비와 확연히 다르다. 움직임이 빠르고 유연해 어디서든 잘 숨었다가 나타나니 공포가 극대화된다. 외신들은 ‘한국 좀비는 기어 다니거나, 머뭇거리거나, 힘 없이 다음 먹이를 기다리며 거리를 배회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했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좀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독 좀비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강력한 전염성으로 대표되는 좀비가 어쩌면 코로나19라는 엄청난 바이러스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에 의해 2차, 3차로 감염되는 현실과 이를 막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은 좀비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재난 영화와 다를 바 없는 팬데믹 현실을 꿋꿋하게 버티는 우리 모두가 진짜 주인공이지 않을까.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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