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역 패러다임 전환, 시험대 오른 집단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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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기세가 실로 놀랍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전국의 신규 확진자 규모가 처음으로 2만 명대로 올라서더니 연휴가 끝난 뒤인 3일에도 2만 2907명을 기록했다. 지난 1월 26일 첫 1만 명대를 돌파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2만 명대로 급증하면서 연일 최다치를 갈아엎고 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3일부터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를 전면 전환해 전국 동네 병·의원의 코로나19 검사와 재택치료로 이어지는 ‘원스톱’ 관리에 들어갔다. 전파력은 높지만 치명률은 현저히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감염병의 주류가 되면서 의료·방역 대응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3일부터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
대응 체계 변화 현장 혼란 최소화를

이미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택하고 있는 모습이다. 영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과 대형 행사장 백신 패스 사용 등 주요 규제를 없앤 상태다. 노르웨이가 1일 대부분의 방역정책 폐지를 선언한 데 이어 스위스도 3일 밀접 접촉자의 격리 및 재택근무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독일은 프로축구를 포함한 야외 스포츠경기 관람 인원을 최대 1만 명까지 허용한다고 3일 발표했다. 오미크론 폭풍이 지나간 나라들의 경우 자연 감염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한 뒤 ‘위드 코로나’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의료 대응 체계를 가동하는 우리나라 역시 사실상 집단면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 확진자 규모가 주는 과도한 공포감을 낮추고 위중증 환자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는지가 감염병 관리의 성패를 가르게 됐다.

하지만 새로운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첫날부터 현장에서는 혼란이 터져 나왔다. 이미 시범 운용할 때부터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는데 정부와 방역당국의 철저하지 못한 준비가 실망스럽다. 부산에서는 35곳의 병원이 ‘호흡기전담클리닉’에 지정돼 중증 환자를 제외한 코로나19 검사에 들어갔다. 벌써부터 잘못된 정보에 허탕을 치거나 준비 안 된 병원과 천차만별인 진료비 앞에서 당혹해하는 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현장의 혼란들을 정부가 조속히 수습해 새로운 대응 체계가 하루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1, 2차 백신과 부스터 샷 접종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유지되더라도 대규모 감염 사태는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의료 체계의 과부하나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적정 수준 이하로 최소화하고, 유행을 짧게 끝내는 것보다는 감당 가능한 수준 내에서 통제하면서 지금의 전환기를 지나가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방역 수칙이나 백신 접종의 무용함을 의미하는 게 결코 아니다. 방역과 백신의 보호라는 전제 하에서 그렇다는 의미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 주엔 초·중·고 개학이 완료되고 교원 인사에 따른 대규모 이동까지 예정돼 있다. 학교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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