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만물의 근원 찾았던 고대 철학자들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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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필립 볼

인류의 사상은 세계를 구성한 근원 물질, 즉 제일질료나 원물질의 발견에 따라 급변해왔다. 존재 자체를 몰라서가 아니고 그 정체를 알기 위한 여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인류의 대변혁도 그러한 신물질의 발견에 따라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기시대를 지나 청동기시대를 거쳐 철기에 이른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변화가 이를 말해준다.

는 이러한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한 화학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까지 미치는 고대 철학자들의 숨결을 우리에게 전한다. 우리를 둘러싼 만물의 근원을 찾으려 했던 그들의 분투가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후대 화학자들의 노력으로 우리에게 인식된 118개의 원소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과학서라면 으레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이란 선입감은 첫 장부터 해소된다. 200여 컷의 삽화와 사진을 통해 독서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만하다.

원소는 환경을 이해하고, 통제하려는 인류의 노력을 기록한 기호나 다름없다. 각종 건축자재와 의약품 재료, 옷감, 에너지원 등은 그 기호들을 이리 붙이고 저리 옮기는 조율과 조정의 결과인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백신 개발에도 원소의 응용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원소 이야기를 하면서 과학만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업적만큼 주목받지 못한 여성 과학자들을 충실히 소개한다. 또 원소 발견자들이 주로 백인인 사실에서 서구의 지배와 착취를 역설하고 있다. 필립 볼 지음/고은주 옮김/㈜휴머니스트출판그룹/224쪽/3만 5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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