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작은 풀꽃에서 얻은 웅숭깊은 삶의 통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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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살아보자/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우리가 익히 아는 ‘풀꽃’의 시인 나태주. 늘 청년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그지만 어느덧 여든을 바라보는(만77세) 노시인이 됐다.

이 책은 산전수전을 다 겪고 말년을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고 있는 노시인의 웅숭깊은 산문집이다. 자연과 일상을 통해 놀라운 생명력과 회복력을 발견한 그의 섬세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수상집이기도 하다.

1부 ‘사람이 봄인 날이었습니다’에는 소박한 인연조차 따뜻하게 보듬는 시인의 감수성이 잘 드러나 있다. 2부 ‘마음을 빨래하듯이 시를 쓴다’에는 시에 대한 단상과 특별히 아끼는 시 소개가 담겨 있다. 3부 ‘뜨락에서 배운다’에는 풀꽃을 통해 관찰한 눈부신 복원력에 대한 예찬이 아낌없이 펼쳐진다.

작은 풀꽃에서 얻은 삶의 통찰력은 이렇게 나타난다. “요즘 사람들이 자꾸만 성격이 모나고 포악해지는 것은 시와 식물에 대해 모르기 때문입니다. 시는 감정이입을 가르쳐주고 식물은 겸손과 기다림을 가르쳐줍니다.”

노시인은 “우선 1년을 살아보자. 그러다 보면 더 많은 날들을 살 수 있겠지”라며 팬데믹으로 지친 세상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생의 몇몇 저점들을 통과해 온 기성세대에겐 따뜻한 토닥임과 위로를, 앞으로 전진해 나가야 할 젊은이들에겐 생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래, 봄이다. 봄의 풀꽃처럼 꿋꿋하게 살아보자고, 견뎌보자고, 노시인은 나지막한 음성으로 사람들을 토닥인다. 나태주 지음/한겨레출판/282쪽/1만 5000원.

윤현주 선임기자 ho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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