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 않는 물메기… 값 떨어지는 대구… 경남 어민들 ‘울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 놈은 너무 안 잡혀서, 한 놈은 너무 잘 잡혀서 골치?’

겨울 바다 별미로 손꼽히는 남해안 물메기와 대구 잡이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바다 온난화’로 최근 개체 수가 급감한 물메기는 4년 넘게 심각한 어획난에 허덕이며 어민들을 애태우고 있다. 한때 자원 고갈로 어획량이 ‘0’을 기록했던 대구는 자원회복 노력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값이 떨어져 울상이다.

한류성 어종 물메기 고수온 타격
최근 4년 어획량 급감 가격 상승
귀한 생선 대구 자원회복 노력에
어획량 늘어도 제값 못 받아 시름

3일 통영수협에 따르면 올들어 조합 공판장에서 거래된 물메기는 총 1만 849마리로, 작년 동기 대비 20% 가량 줄었다. 연간 통계로 보면 감소세는 더 두드러진다. 2018년 6만 2134마리였던 위판량은 지난해 3만 7205마리로 급감했다. 특히 2020년에는 2만 7927마리로 최악을 기록했다.

건메기(말린 물메기)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건메기는 12마리를 묶어 1축 단위로 경매에 부친다. 물메기 주산지인 통영 추도산 진품은 1축 경매가가 20만 원을 호가한다. 경남에서 처음으로 건메기를 취급한 통영수협은 매년 12월 중순이면 경매를 개시했다. 하지만 2018년 3114마리를 끝으로 매물이 없어 위판을 중단했다. 어민들은 어획난의 주요인으로 매년 여름 남해안을 뒤덮는 고수온 현상을 꼽는다. 찬 바다를 좋아하는 한류성 어종인 물메기가 이상 고온에 제대로 산란을 못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5년 전만 해도 추도 어민들은 소형 통발어선 1척으로 하루 100마리 정도는 거뜬히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 주민이 잡은 걸 통틀어도 하루 100마리가 될까 말까다. 추도어민 심춘우 씨는 “통발 수백 개를 풀어도 10마리 남짓 든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물메기와 달리 대구 어획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진해만 대구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해 1만여 마리씩 잡혔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점차 줄더니 1993년에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이에 거제수협은 이듬해부터 대구알 방류사업을 시작했다. 덕분에 한 해 수십 마리에 불과했던 어획량은 2000년 들어 수만 마리로 불어났다.

거제수협에 따르면 2017년 거래된 대구는 총 8만 788마리다.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4만 8000여 마리로 주춤했지만 2020년과 지난해 각각 7만 1000여 마리, 7만 5000여 마리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문제는 단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위축된 시장에 공급이 늘면서 몸값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리당 평균 3만 원 선이다.

반면 물메기는 대구에 견줄 만큼 신분이 급상승했다. 마리당 1만 원 안팎이던 게 지금은 못해도 3만 원 이상 줘야 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