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경찰 부실대응' 피해자, 국가 상대 18억 손배소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경찰관들의 부실 대응으로 논란을 불러온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당시 피해자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18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3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인 40대 여성 A씨는 남편을 비롯해 아들과 딸 등 가족 3명과 함께 지난달 31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들은 당시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부실 대응에 따른 손해액 등으로 18억3600여만원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김민호 변호사는 "(부실 대응) 공무원(경찰관)들을 피고로 특정하지는 않았다"며 "이들을 피고로 같이 넣으면 조정이 결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와 가족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길 원하고 있어 대한민국(국가)과 조정을 통해 분쟁을 마무리하려 한다"며 "국가가 원만하게 조정에 참여한 뒤 해당 공무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피해자와 가족의 바람"이라고 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부실 대응) 공무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3년의 소멸시효 기간 안에만 하면 된다"며 국가와의 조정이 결렬되면 경찰들을 상대로 별도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췄다.
앞서 지난해 11월 15일 인천 한 빌라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부실 대응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오후 5시께 B경위와 C순경은 4층 주민 D씨가 소란을 피운다는 3층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들이 D씨를 4층 자택에 분리조치 한 뒤 1층과 3층에서 각각 신고자 가족을 조사하던 중 돌연 D씨가 3층으로 내려와 흉기를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3층에 있던 C순경은 피해자들을 두고 현장을 벗어나 1층으로 내려갔고, B경위 역시 건물 밖에 있다가 뒤늦게 합류했다.
경찰. 부산일보DB
이 때문에 A씨의 딸이 빌라 3층에서 피의자의 손을 잡고 대치했고, 빌라 1층 밖에 있다가 비명을 들은 A씨의 남편이 황급히 3층에 올라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 범인을 제압했다. 피의자인 D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은 A씨는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았고, 그의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 등을 다쳤다. 신고자 가족이 경찰 보호 없이 속수무책으로 흉기에 찔리는 등 큰 상해를 입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경찰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자 소명"이라며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한 이번 인천 논현경찰서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사건 당시 빌라에 출동한 경찰관 2명은 부실 대응으로 해임됐으며 인천경찰청은 두 경찰관뿐 아니라 당시 논현서장과 모 지구대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이후 A씨의 가족은 지난해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당시 출동한 경찰관 2명을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