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비극 속에도 희망은 늘 살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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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이재규 감독

“학교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만든 이재규 감독(52)은 이렇게 말했다. 7일 현재 넷플릭스 세계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작품은 한 고등학교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감독은 이 작품에 학생들의 우정은 물론 학교폭력과 성범죄 등 사회 문제를 함께 버무려내 높이 평가받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이 감독을 온라인 화상으로 만났다.


TV쇼 부문 세계 흥행 1위
학교 통해 사회 문제 부각 노력
“선정·자극성 논란엔 죄송”

이번 작품은 영화·드라마 등 플랫폼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만들어온 이 감독의 첫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도전작이다. 이 감독은 드라마 ‘다모’와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와 영화 ‘역린’ ‘완벽한 타인’ 등을 만든 연출자다. 감독은 2009년 주동근 작가가 내놓은 동명 웹툰을 OTT 시리즈로 만들어냈다.

이 감독은 “원작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가져와 구체적인 캐릭터 설정이나 관계, 세부적인 이야기를 다르게 매만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작에 설명되지 않은 바이러스 기원을 인간으로 설정해 이야기의 구체성을 더했단다. 그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서 나왔고, 결국 이걸 막을 수 있는 것도 인간일 것이라고 봤다”면서 “이 부분을 잘 살리면 우리들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OTT 콘텐츠 흥행 기록을 집계하는 미국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이 시리즈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9일 연속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흥행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감독은 “2년 동안 일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며 “진심을 갖고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실 것 같았지만,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진 몰랐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성인 좀비물이 많았는데 우리는 청소년 좀비물이라 새롭게 봐주신 것 같아요. 비극 속에서도 끊임없이 희망을 이야기하려고 한 점도 잘 봐주신 것 같고요.(웃음)”

다만 이 감독은 극 중 일부 장면에서 불거진 선정성·자극성 논란을 언급하며 “꼭 필요한 장치였지만, 불편하신 분이 있다면 연출자로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일부 시청자들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교복을 벗기고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장면이나 임신한 여고생이 화장실에서 출산하는 장면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감독은 “우리 사회에선 일어나선 안 되는 일들이 이미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비극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행하고 있는 폭력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리즈를 재미있게 즐기시되, 시청자 한 분 한 분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보고 싶었어요. 우리 작품이 사회를 조금이나마 낫게 만들기를 바랐죠.”

이 감독은 지난해 공개돼 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과 절친한 사이다. 감독은 “사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이 많이 부담됐다”면서도 “하지만 오징어게임 덕분에 전 세계 시청자가 한국 콘텐츠에 확실히 관심을 갖게 됐다. 오징어게임이 창문을 열어줬으면 좋은 콘텐츠가 계속 그 창문으로 배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흥이 많고 감정적으로 깊은 것 같아요. 이런 점들이 장르물에 잘 녹아들어 파급력 있는 콘텐츠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우리 작품도 다음 시즌이 만들어진다면 더 확장된 이야기로 발전하지 않을까요.(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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