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의 위드 디자인] 사용자 경험(UX)과 디자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에스큐브디자인랩 대표

2022년 대기업의 신년사 화두가 고객 경험(CX·Customer Experience)이다.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올 1월에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UP 가전(업 가전)’을 발표했다. 사용자 맞춤형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가전이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신년사에서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강조했고, LG전자의 조주완 사장은 “모든 관점을 고객의 입장에서 재해석하라”, “고객은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구매한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라”고 주문했다.

제품·서비스 상호작용 요구되는 시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더욱 정교해져야
애플 대표적… LG·삼성 경험 혁신 기대

삼성전자는 조직 개편의 키워드 자체가 경험(Experience)이다. ‘경계 없는 혁신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CX) 창출’을 내걸고 가전과 IT·모바일 부문을 하나의 조직으로 합치면서 디바이스 경험(DX)으로 명했다. IT·모바일 부문도 모바일 경험(MX)으로 변경했다. 제품 간 사용자 경험의 통합을 이루기 위해 오랫동안 분리돼 있던 가전과 IT·모바일 부문을 통합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고객 중심, 사용자 경험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되었지만, 조직을 통합하고 이름에 ‘X(경험)’를 붙이는 것에는 기업의 의지와 절박함이 보인다.

‘제품(시스템)은 조직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콘웨이 법칙이 있다. 고객 경험은 ‘고객이 기업의 브랜드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면서 생기는 경험의 총체’로 정의된다. 그렇기에 고객이 기업과 상호작용하면서 만나게 되는 제품과 서비스 경험은 결국 그 조직의 모습을 반영하게 된다. 다양한 제품 간의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의 통합을 가장 잘 이룬 회사가 애플이다.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가장 먼저 쓴 곳도 1990년대 애플이다. 애플의 성공 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용자 중심 디자인 철학이며, 두 번째는 디자인을 대하는 조직문화이다.

CEO를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면 스티브 잡스가 디자이너인지, 개발자인지, 경영자인지 묻곤 하는데, 그를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 CEO들이 많다. 대학을 1학년에 중퇴한 기업가인 그를 왜 사람들은 디자이너라고 생각할까?

1996년 와이어드 잡지와의 인터뷰다. “디자인은 참 재미있는 단어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디자인을 단순히 제품의 외형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사실은 제품이 어떻게 일하느냐를 의미하는 것이죠.” 그는 디자인을 애플의 최우선 가치로 삼았고,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디자이너들조차 감탄하게 만들었던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디자인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제품의 사용성, 브랜드 경험, 서비스 경험까지 디자인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애플의 디자인은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경험을 이해하고 연결하길 원했고 이를 통해 일관성 있는 고객 경험을 실현해 전 세계적으로 충성도 높은 ‘애플 생태계’를 구축했다.

우리 회사에는 MZ세대 직원이 14명 있다. 이 중에 8명이 아이폰을 사용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디자인 스타일은 물론이지만, 브랜드 서사와 애플만이 제공하는 생태계 경험을 산다고 한다.

디자인 중심의 애플 조직문화는 어떨까? 몇 년 전 읽은 기사에서 애플 출신 디자이너는 놀랍게도 “애플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디자이너가 우대받는 회사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매우 개발자 중심”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회사 전체가 디자인을 중요시하고 지원하는 분위기이며 디자이너만이 아니라 모든 직원이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다. 이는 스타 디자이너 한 명이나 디자인팀이 할 수 있는 능력보다 훨씬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는 문화이다.

삼성전자는 올 초 ‘CX·MDE(고객 경험, 멀티 디바이스 경험)센터’를 새롭게 설립하고 디자이너 출신 부사장에게 센터장을 맡겼다. 디자인 조직을 중심으로 한 고객 경험 혁신을 기대하고 있다. 큰 변화이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각 사업부 간 협력을 끌어내고,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써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애플 같은 디자인적 사고가 조직문화로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이제 시작이다.

포스트 코로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호작용이 더욱 정교하게 디자인 되어야 하는 이 시대에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