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잘 키우면 부산을 먹여 살릴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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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현 부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경제·사회적으로 다양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으로 인한 언택트 서비스의 활성화는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빠르게 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유례없는 감염병이 4차 산업혁명의 사회적 확산을 그만큼 앞당긴 것이다.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한 디지털 경제의 급성장은 올해는 또 어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가 우리의 관심을 끌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호기심을 다소 해소해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이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만에 열린 CES 2022에서는 디지털 헬스, 푸드 테크, 미래 모빌리티, NFT, 메타버스, 우주, 로봇 등을 키워드로 하여, ‘포스트 모바일 혁신’ ‘새로운 세계관’ ‘탄소중립 사회 전환’을 위한 기술과 제품들이 소개되었다. 특히, 디지털 전환으로 불리는 ‘포스트 모바일 혁신’이 본격화됨에 따라 휴대전화로 시작된 모바일 기술이 어디까지 연결·융합·확장될지를 선보인 박람회였다.

CES 2022 ‘포스트 모바일 혁신’ 시동
초고령도시 부산 ‘디지털 헬스’ 관심을

부산 지역 기업, CES 혁신상 수상
혁신은 거창하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

부산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 지원해야
전통산업과 디지털 기술 연결 필요


초고령도시 부산은 ‘디지털 헬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가속화되는 고령화로 인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주목받고 있으며, 코로나 19의 팬데믹으로 인한 헬스케어 기술·서비스의 사회적 수용성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CES 2022를 ‘헬스케어 쇼’라고 부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규제의 분야인 디지털 헬스가 해외에서는 관심 분야이다. 올해 CES에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세계적인 혁신기술·제품에 수여하는 CES 혁신상을 부산기업으로 처음 받은 메디컬이노베이션디벨로퍼도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2018년 설립된 메디컬이노베이션디벨로퍼는 AI를 활용한 질병 진단 기기를 개발하는 회사로, 설립자 박창수 대표는 부산가톨릭대학교 방사선과를 졸업하였다. 부산의 인재가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전공 분야에 융합하여 혁신 제품으로 발전시킨 사례로, 부산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혁신은 거창하지 않고 우리 가까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앉아 보았을 바디프랜드 안마의자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CES 혁신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건 너무 쉽게 생각하면서, 항상 멀리 있는 것을 선호한다. 기술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한때 좋은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해외 유학이 필수이던 ‘학문 사대주의’가 팽배했다. 여전히 선진국의 기술과 정책, 수도권의 인재와 기업이 좋아 보이는 ‘신사대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그간 잘해 왔던 것들로 얼마든지 혁신 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 메디컬이노베이션디벨로퍼의 사례에서 보듯 부산에서 배출된 인재가 지역에서 출발하여 얼마든지 세계적인 혁신기업을 만들 수 있다.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청년들을 속절없이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역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로 만든다면 인재가 모이는 청년 도시로 변모할 것이다.

부산은 새로운 것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다. CES 2022에서 선보인 NFT, 메타버스, 로봇, 모빌리티, 푸드 테크, 헬스케어, 우주항공 등 모두에 부산시가 관심을 가져, 선택과 집중이 어려울 정도다. 아마존, 애플, 알파벳(구글),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Big Tech)’가 주도하는 신기술 모든 분야를 부산이 특화·육성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포스트 모바일 혁신’의 속도는 행정과 제도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빠른 속도에 맞춰 신기술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부산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 발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잘 키우면 미래 부산을 먹여 살릴 옥석을 잘 골라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장에 구축 중인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리는 중입자가속기가 대표적인 ‘옥’이라고 할 수 있다. 중입자가속기 구축을 시작으로 중입자치료, 첨단의료기기, 의료 관광 등을 부산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면 CES 2030년에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상은 부산기업이 휩쓸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부울경 광역특별연합(동남권 메가시티)의 원년이다. 한때 우리나라의 성장과 함께했던 부울경이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그간 한국의 제조업을 견인한 동남권의 전통산업과 디지털 신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침체한 동남권의 재도약을 위한 디지털 경제권 구축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800만 동남권 인구를 기반으로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디지털 헬스, 미래 모빌리티, 로봇, 항공우주 등 동남권이 잘할 수 있는 신산업의 육성을 위한 협력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디지털 혁신 기업들을 육성하고 지역 인재를 키워서 선순환되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 가야만 희망찬 동남권의 미래를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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